〈캐디일상⑮〉마지막 홀의 온도

by 최선근

〈캐디일상⑮〉마지막 홀의 온도



마지막 홀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느슨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이 홀에서의 한 샷, 한 퍼팅이
하루의 인상을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그린 위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손님은 집중한 표정으로 공을 바라보고,
나는 홀컵 옆에 서서
숨소리조차 조심한다.


가끔은 여기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버디로 하루를 마무리해 함성이 터지기도 하고,
아쉽게 놓친 퍼팅에 아쉬운 웃음이 퍼지기도 한다.
그 순간의 공기는
아침의 차가움과는 전혀 다른 온도를 띤다.


퍼팅이 끝나면 긴장도 풀린다.
나는 카트로 돌아가며
클럽을 하나씩 닦고, 골프백을 정리한다.
손님이 “오늘 덕분에 편하게 쳤어요”라고 말하면
온종일 쌓였던 피로가 조금은 사라진다.


마지막 홀을 지나면
비로소 하루가 끝난다.

그리고 남은 온도는,

집에 돌아와 샤워기를 틀 때까지

천천히, 오래 내 안에 머문다.



15화.jpg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열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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