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일상⑧〉캐디, 단순하지 않다
손님들에게 가끔 듣는 말이 있다.
“골프 좋아하니까 캐디나 해볼까?” 하는 말.
그리고 캐디는 단순히
카트 옆에서 거리를 부르고, 운전하는 사람인 줄 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 단순한 움직임과 말속에
얼마나 많은 감각과 판단이 숨어 있는지.
1년 365일,
손님은 매번 다르고,
날씨와 티업 시간도 모두 다르다.
티잉 구역에서
각기 다른 샷을 치는 4명의 공을 모두 봐야 하고,
공의 정확한 위치와 거리를 불러주며
공을 칠 수 있도록 클럽을 건네줘야 한다.
공 위치를 모르면
거리도 부를 수 없고, 채도 가져갈 수 없다.
특히 안개 낀 날이나
러프가 심한 곳에서는
공이 잘 보이지 않아 긴장감이 더해진다.
그리고 한국 골프장 특성상
플레이가 지연되지 않도록
빠르게 공을 찾아야 해서,
나는 뛸 수밖에 없다.
때로는 억울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뛰는 게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티잉 구역에서 골퍼의 스윙 스피드와 탄도를 보고,
거리 측정기를 망원경처럼 사용해
정확한 볼의 안착 지점을 예측한다.
페어웨이로 가기 전부터
거리를 계산해 정확하게 불러주는 캐디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콜센터 일을 경험한 덕분에
말이 예쁘고, 긍정적인 태도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그래서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이 일이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쌓이는 노력과 감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골프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손님의 하루를 함께하는 마음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며.
올해까지 이어온 이 시간들이
내게 남긴 것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시리즈 〈캐디일상〉 중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