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힘. 정. 우리의 삶.
어제. 동생이 군대를 갔다.
나에겐 남다른 순간이다.
특히 한 공간 안에서 매일 같이 지냈던 사람이 없다는 건 허전한 일이다.
부모님이 한방. 여동생 한방. 그리고 우리 한방.
자기 직전 서로 나눌 수 있었던 많은 이야기. 고민. 꿈.
그래서 더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일지 모른다.
집에 오니 그 녀석의 흔적이 보인다.
아직 치우지 못한 체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 이불. 베개.
같이 봤던 책. 심심하면 치곤 했던 기타. 가지고 다니던 가방. 지갑. 이어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쌓아 왔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진해를 가게 되었다.
내가 3살 때까지 그쪽에 살았다고 하니 딱 24년 만이다.
사실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이 진해에 사실 때부터 절친한 권사님 아들이 동생이 입대하기 이틀 전에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축의금 봉투, 몇 가지 음료, 과일을 들고 권사님 집을 찾았다.
권사님은 집에 계시지 않았고, 우리를 다른 곳으로 부르셨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났다.
진해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또 다른 권사님을 만난 것이다.
24년 만에 만났지만 그들은 며칠 못 본 것처럼 반가워했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20대 후반의 나이에서 50대 중반의 나이로.
권사님은 30대 중반의 나이에서 60의 나이로.
시간은 그들의 반가움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세월의 힘.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
이 둘은 상관있는 듯 없는 듯 우리 삶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