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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timist Mar 29. 2016

임창용 합류를 바라본 두가지 시선

기아 팬으로서. 야구 팬으로서.

1. 기아 팬으로서


 2015년에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는다고 했을 때 나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윤석민이 마무리 대행하는 일은 한두 번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90억짜리 투수를 마무리로 사용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윤석민은 전문적인 마무리 투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2015년엔 윤석민 덕분에 마무리가 든든했다. 하지만 2016년엔? 또다시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는 현 상황이다.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2015년부터 마무리 투수를 중점적으로 키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임창용'이 영입됐다. KBO에서는  최정상급 마무리로 2년 정도는 충분히 맡아줄 수 있는 선수가 합류한 것이다. 이미 일본 프로야구에서 마무리로써 최정상을 맛본 선수이자 메이저에도 도전했던 선수. 두 번의 수술에도 재기한 불굴의 아이콘. 이런 인생의 굴곡은 분명 기존의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손영민, 유동훈 이후에 자취를 감춘 옆구리 투수도 임창용을 보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울 것이다.


 사자성어로 일석삼조, 속된 말로 일타쌍피. 기아에게 임창용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기아 시절 임창용


2. 야구팬으로서


 일전에 도박 파문에 관련된 글을 썼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 판명되지 않은 사람을 미리 매도해 버리는 경찰과 언론에 대한 질타였다.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죄를 지었다고 판명 났고, 오승환과 임창용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태의 심각성은 KBO도 움직이게 했다. 두 선수에게 이번 연도 총 경기의 50%를 뛸 수 없음을 공표했다.


 오승환은 일찍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함을 공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시범경기에서 중간계투로써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와 달리 임창용은 적지 않은 나이+ 삼성 프런트의 부담 때문었는지 방출을 당한다. 여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임창용의 영입'을 입밖에 꺼낼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오승환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기억상실증(=냄비근성)과 오승환의 호투 그리고 윤성환과 안지만의 악화된 여론은 임창용의 복귀를 조금씩 앞당겼다. 결국 어제 아침. 기아는 임창용의 영입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뒤이어 삼성 감독 류중일은 "죄라고 인정되기 전까지는 윤성환, 안지만을 사용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를 묻고 싶었다. 


왜 우리나라는 '죄'에 관대한가


 내가 알고 있는 프로야구의 목적은 '야구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이다. 선수들이 승부를 향해 순수하게 노력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또한 순수한 노력에도 승패가 갈리는 것을 보며 우리는 '승복' '납득'에 대해서도 배운다.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해주며 사회의 한 단면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관점 볼 때 승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약물,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중죄다.

승부조작 혐의를 인정하기 전 박현준 전 LG투수(이미지 출처- KBS1)

 도박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어느 세력'과 결부되어 있는 도박은 스포츠의 숭고함을 더럽힐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현장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도의적 책임이라는 것에서는 거의 무감각하다. 벌금과 경기 출장정지. 그들에게 부과된 전부다. 하지만 이것은 법이 정해준 최소한의 조치이다. 벌금을 받았다고 해서 죄가 해결되거나, 도의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론은 아직도 임창용 복귀에 대해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야 하느냐? 실수하면 그냥 선수 인생 접어야 하는가?" 혹은 "이미 복귀가 확정된 선수에게 다시 입단을 거부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이런 과정에서 나는 먼저 상위 단체에서 판결 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선수 중단을 요구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범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최소한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지속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부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려있다. 사람들의 동정도 바래서는 안되고, 욕도 참고 들어야 한다. 팬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 그를 믿고, 응원하고 눈물 흘려준 팬들의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도의적 책임에 속한다. 꾸준하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연봉 기부, 재능 기부를 '여론 무마용'으로 사용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빠르진 않겠지만 천천히 자신의 뼈저린 뉘우침과 반성이 알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밖에는 없다.


 한 남자가 차를 몰고 가다가 깜빡 졸았다. 쾅! 소리와 함께 깨어보니 앞에 멈춰있는 차와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사람은 모두 무사했지만 차가 많이 파손되어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해자 남성이 차에서 나와 사고 당한 차량의 차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히 합의가 되겠죠?" 그리고 지갑에서 100만 원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때 사고를 당한 사람은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이 사람이 돈이면 다인 줄 아나" 


 가해자라면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몇 번이고 연락해 몸에 이상이 없는지 안부도 묻고, "추후에 이상이 있다면 모든 병원비를 대겠다. 정말로 죄송하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예의라면 다친 사람도 화가 난 마음이 가라앉기 마련이다.

김기태와 임창용(이미지 출처- OSEN)

 야구팬들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당연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2달 동안 자숙했으니 되겠죠?", "연봉 기부했으니 되겠죠?", "사과했으니 되겠죠?"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팬 또한 그의 행보를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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