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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timist Dec 23. 2015

혹사의 기억

한기주의 야구인생.

01. 기사 

 한기주를 제목으로 한 기사가 네이버에 올려져 있었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가을캠프에 참여하였고, 완주를 했다고 한다. 이런 페이스라면 내년 스프링캠프도 무사히 참여 할 것 같다는 기사 내용도 함께였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그는 수술, 재활, 캠프참여로 기사가 날 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혹사라는 단어가 잡았다. 

한기주 선수

02. 고등학교

 한기주의 고등학교 시절은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니 한기주의 고등학교 시절을 넘는 선수는 지금까지 없다.


고1:  2003년  3승1패     35.23이닝 29삼진  방어율 3.00

고2 : 2004년  7승1패     75이닝 77삼진       방어율 1.92
고3:  2005년  4승          40.2이닝 53탈삼진 방어율 0.66


 한기주의 고교 성적이다. 9개월 동안 51이닝 무자책 기록을 비롯하여, 신입생때 청룡기 우승, 봉황기 우승 및 MVP, 대통령배에서도 우승 및 MVP를 차지했다. 지금은 해설을 하시는 이효봉씨는 '선동열, 최동원 이런 투수들을 떠올리는데 한기주 선수가 그러한 선수와 비교과 된다고 보면 50년에 한 명, 그 정도로 생각됩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또한 LA 다저스 스카우트는 '저 선수는 메이저리그 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죠.'라고 극찬을 하기도 하였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55&aid=0000042668&sid1=001 고교 당시의 한기주 선수의 모습)


 그러나 화려한 고교 생활 뒷면에는 아주 강도 높은 혹사가 존재했다. 자료를 찾아본 결과 대통령배가 대표적이었다. 한기주는 첫경기 10이닝, 다음 7이닝, 그 다음날 8이닝을 던지다 결승전에서 2회 허리통증으로 교체되었다. 아직 몸이 다 자라지 않은 고교선수에게 '잘던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투혼이 강요됬고, 그는 혹사된 몸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03. 2006년(feat. 서정환)

 혹사의 절정은 2006년이었다. 당시 기아 감독은 서정환이었는데, 이 감독이 임창용선수의 별명 'Anycall'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한 기사에서는 임창용의 혹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어제 불펜으로 나왔던 선수가 오늘 선발로 나오고 그 다음날엔 마무리로 나왔다.

 임창용은 혹사의 댓가로 1999년 그해 13승과 38세이브를 기록했다. 10승 이상과 구원왕을 동시에 달성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고, 투수분업화가 정확한 지금에서는 도저히 나오기 힘든 기록이었다. 그 감독은 기아에서도 혹사정신을 버리지 못한다. 한기주는 그때에도 성적의 희생양이 되었다. 특히 9월 이후의 경기 기록은 한마디로 끔찍하다.


9월 13일: 2이닝

9월 14일: 3 1/3이닝

9월 16일: 3이닝

9월 17일(더블헤더 2차전): 2이닝

5일동안 4일등판에 총 10 1/3이닝을 투구


9월 30일: 1 1/3이닝 

10월 1일: 더블헤더 1차전-1 2/3이닝, 2차전-2 1/3이닝 

10월 2일(시즌마지막 경기): 3이닝(55개의 공)

(정보참고 http://www.kbreport.com/statBuzz/detail?seq=513)


 에이스 투수의 혹사는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성적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다가오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때는 팀의 에이스를 잃을 수도 있다. 이런 개념이 현재는 있기에 절대로 이렇게 던지게 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1이닝 던진 투수는 그 다음날에도 나올 수 있다. 그 후에는 휴식을 부여한다. 만약에 2이닝이상을 던졌는데 투구수가 50개이상이면 당연하게도 그 투수는 1일이상의 휴식이 꼭 부여된다. 한기주는 그런 원칙 없이 팀의 성적을 위해 마구잡이로 쓰였다. 

서정환 감독

04. 그 후

 그 후에 다행스럽게도? 한기주는 잠깐이지만 정상급 투구를 보여준다. 2007년엔 타이거즈에서 임창용 이후에 처음으로 20세이브 이상 달성한 투수가 한기주였다.(평균자책점: 2.43, 세이브: 25) 2008년에는 좀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평균자책점: 1.71, 세이브:26) 2008년엔 99.9 속이 꽉찬 남자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긴 했지만 어짜피 리그에서는 뛰어난 투수였으니 팬들은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이 끝나고. 그의 모습을 찾기 쉽지 않았다. 


 2009년초에 연이어 안좋은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아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 만루의 상황에서 삼진을 잡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듬해 11월 그는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게된다. 그 이후에도 투수생명의 치명타를 입힌 어깨 회전근 수술, 손가락 수술등 계속된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05. 현재

한기주는 2012년 8월 16일 잠실 LG전 이후 약 3년만인 2015년 7월 16일 광주 LG전에 등판했다. 

2015년 등판기록은 7경기, 8 1/3이닝, 평균자책점 3.24였다. 


06. 미래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런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혹사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교 야구에서 한경기에 130개이상의 투구를 금지하도록 조치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제한도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이야기들이 많다. 초고교급 투수들은 입단후에 토미존서저리를 받는것이 거의 정례화 되었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총대를 매고 고칠 사람이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사람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정해진다는 비극은 더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PS. 꼭 이것이 야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성적지상주의는 도처에 널려있다. 성적만 잘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어른들은 아이들의 창의성과 취미를 짓밟고, 중고교학생들은 성적이 전부인줄 안다. 이것은 대학교에서는 컨닝, 사회에서는 비리, 뇌물로 승화한다. 이 최악의 연결고리를 끊는것. 이것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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