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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timist Jan 04. 2016

야구의 비시즌

D-88 그리고 우리의 비시즌

어렸을 때 체력장을 하는 날이면 그날은 모든 것을 쉬는 날이다.

그날에는 학원을 땡땡이 치는 일도, 집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심지어는 지엄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나 오늘 체력장 해서 힘들어" 한마디로 제압해 버릴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아픈 체력장


아주 잠깐 운동한 우리도 이럴 진대, 운동을 업(業)으로 삼는 프로선수들은 휴식이 절실하다. 모든 스포츠는 비시즌이 존재한다. EPL은 5월 중순 부터 8월 중순까지 3개월간의 휴식기간을 갖는다. 분데스리가는 시즌 중간에 한달정도를 윈터브레이크로 쉬기도 한다. 야구는 11월 부터 4월까지 비시즌이 지속된다.


축구팬들도 그렇겠지만, 야구팬들은 비시즌에 야구를 보고 싶은 갈증이 더 커진다.

축구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일주일에 적게는 1경기, 많게는 3경기정도를 뛰게된다.

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요일에 경기를 한다. 야구 관람 또는 시청이 습관이 된 야구팬들은 야구를 향한 갈증이 한층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15년도는 프리미어12, FA대어들의 팀 이동,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갈증이 어느정도 해소 됬다. 그래도 여전히 야구를 보지 못하는 팬들은 야구가 고프다.


이사람들이 야구를 못본다고 생각해보라..


하지만 나를 포함한 여러 야구팬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어디서 갈증이 오는 것인가' 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나도 예전엔 야구를 매일 풀경기로 시청했다. 야구는 9이닝이 끝날때까지 최소 2시간이 걸린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 저녁시간의 2시간이상을 야구와 함께 보냈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취미는 야구, 특기는 야구 선수 타율 외우기' 정도되는 야구 팬들은 당연히 비시즌이 갈증, 다시말하면 심심할 수 밖에 없다.


정리하면 야구팬들에게 비시즌의 의미는 '내 취미가 없어진 심심한 시기' 이다.

이것은 '빨리 야구가 시작됬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로 진화되어 간다.

생각을 다르게 해보자.

내가 정의한 비시즌의 의미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저녁시간이 최소 2시간은 확보된 시기' 이다.


우리에게도 비시즌은 필요하다.


비시즌 동안 많은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향상시키려고, 아픈 부분을 회복 시키려고 노력한다. 우리에게도 야구를 보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책도 읽고, 야구에 관한 공부도 해보고(KBO는 2월 기록강습회를 매년 열고있다.), 취미를 발굴해 보기도 하고, 못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다른 것으로 보내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비시즌을 맞는 팬들의 자세


"아니 할 일도 안하고 야구를 본다고? 제 정신이 아니네"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야구보는 시간이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기도하고,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그들에게 '야구 보는 시간을 줄여라'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비시즌때라도 우리안에 야구에 대한 빈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2016년 4월 1일 금요일. 우리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

그때 우리의 마음이 "비시즌은 잘쉬었으니 이번 시즌도 달려볼까?"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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