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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게릴라 Mar 17. 2021

악양, 섬진강 다원에서

찬란한 오전의 단상

잿빛 하늘에

겨울비 개이고,

회색빛 하늘 아래,

아름드리 안개도 걷히고,     


섬진강을 따라 굽어진 산등성이

가운데 자리한 악양에는,    


눈물방울을 털어내는 초록에

옅은 햇살이 봄이 왔다고 살랑이는데.    


아직 겨울을 잊지 못한

차가운 바람이 뒤엉킨 날.    


다실 손님 추울새,

자작자작 지핀 불에

황톳바닥이 누렇게 익어가는 사이.    


고온 무쇠솥에 덖은 세작을 내어,

빗물로 끊인 찻물을 우린다.   

  

데운 물로 한 번은 찻잔을 비우고,

다음 잔에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담아 머금었다.  


쓰고, 떫고, 짜고, 시고, 달다.

쓰고, 떫고, 짜고, 시나, 달다.     


달다, 이제와 삶이 익었다.

달다, 이제야 차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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