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오전의 단상
승학산을 오르는 동안,
이루고 싶은 내 인생의 7가지 수식어를 완성했다.
나는 항상 꿈이 여럿 있었는데,
태초에 꿈은 책이 둘러싼 공간을 갖는 것이었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숲과 꽃을 사랑해 생태학자와 숲 해설사가 되고 싶었다.
한국의 모든 자연과 꽃을 비단으로 빚은 화장이 되고 싶기도 했다.
바다를 사랑해 바닷속을 항해하는 다이버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을 사랑해 나의 꼬마 친구들을 위한 작은 소행성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마지막 수식어를 긴 고민 끝에 완성했다.
좋은 엄마
먼 훗날, 나의 아이에게 누군가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니?” 물었을 때.
이 7가지의 수식어로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는 사서였고, 작가였고, 숲해설사였고, 화장이었고, 다이버였고, 엄마였고, 영원한 청년이었다고.”
“그 청년과 함께한 소풍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웃으며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아주 먼 훗날,
나의 소풍이 끝나는 날
아이와 작별을 고하게 되는 날이 온 대도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 없이 모든 걸 누렸고, 원 없이 사랑했으니.
한 점 아쉬움 없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
영원한 쉼을 얻었을거라는 굳건한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의 존재로부터도, 자유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날까지,
아이의 두 팔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말 좋은 엄마
그런 엄마가 되어야지.
2018. 9. 24. 영글어져 가는 가을, 승학산 억새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