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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게릴라 May 27. 2021

다시 보는 Les miserable, 너 참 불쌍타.

끝나지 않는 노래, 영화 <레 미제라블> (2021, 2012)

 

한국인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프랑스의 문학작품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은 1860년대 유명한 프랑스 문학가 빅토르위고의 대하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역사, 사회, 철학, 인간사 모든것 총 망라 최대 걸작이다. 너무 길다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나 이 뮤지컬을 어댑테이션한 휴잭맨(장발장)과 러셀크로 우(자베르) 주연의 영화 레미제라블로 더 유명하다. 이외에도 레미제라블은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의 수많은 매체로 재탄생되어 해석되어 흥행을 끌었다. 또한 뮤지컬에서 오페라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명작이기도 하다.


Les Misérables  The French Musical Concert

2021 뮤지컬 레미제라블 탄생 40주년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콘서트

뮤지컬 '레미제라블' 탄생 40주년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콘서트(Les Misérables  The French Musical Concert)가 서울에서 시작하여, 지난 5월 15일 부산 KBS홀을 찾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80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40년간 전 세계 44개국에서 7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과 부산에서 콘서트로도 개최해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2021년 열리는 콘서트에서는 '장발장' 역 로랑방을 포함한 총 24인의 프랑스 배우와 30인조 아르텔 필 하모닉 풀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이 뮤지컬 넘버를 연속으로 불렀다.



2021 래드 리 영화_ <Les Miserable 레 미제라블>  

또한  영화의 전당에서는 해성처럼 등장한 래드리 감독의 영화 <레미제라블> (2021)이 개봉되어 현대판 새로운 레미제라블의 서사를 썼다는 호평을 남기고 있다. 제목이 레 미제라블이라 빅토르 위고의 기존 소설이 배경이 되었을거라는 생각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몽페르뫼유가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의 지역이라는 것 밖에 제목과 소설은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 차별과 가난, 증오와 미움 가운데 사랑과 새로운 시대를 낳는 소설의 훈훈한 엔딩과 다르게 2021년판 레미제라블은 서로 다른 계층의 분노가 만들어내는 충격적인 서사로 21세기 레미제라블을 완성시켰다. 파리의 외각, 몽페르뫼유 지역을 관할하는 부패한 경찰과 종교, 이민자들과 범죄조직, 그리고 그 속에서 분노의 씨앗을 키우는 소년들과의 갈등을 그려내는 생생한 앵글에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한 구절이 인용이 된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_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이런 2021년 봄, 부산 레미제라블 열풍에 발맞추어 부산 광안리 공간나라에서는 런던로얄알버트홀에서 레미제라블의 10주년 기념콘서트로 제작된 오리지널 콘서트 <레 미제라블>, 휴잭맨과 앤 헤서웨이 등의 주연배우의 활약과 톰후퍼 감독과 함께 기존 오리지널 콘서트의 제작자였던 매킨토시가 영화화를 하는데 상당부분 관여를 영화 2012년 <레미제라블>을 상영했다.  


Les Misérables Original Concert

뮤지컬 레미제라블 탄생 10주년 로얄알버트홀 기념 콘서트  

블루스퀘어나 예술의 전당이 아닌, 부산 KBS홀에서 음향이나 모든 무대가 완벽히 재연될지 걱정도 되고, 코로나19로 좌석 간 거리두기로 좋은 좌석 확보도 어려워져서 고민할 때. 굳이 KBS홀에 가지 않아도 오리지널 그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레미제라블의 가장 완벽한 드림팀!은 로얄알버트홀의 10주년 콘서트라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에 솔깃하여 오리지널 콘서를 봤는데. 과히, 완벽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과 노래로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었음에도 완벽한 무대를 완성한 콘서트였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인물은 장발장 역에 콤 윌킨슨이었다. 그는 톰후퍼가 제작한 2012년 영화 <레미제라블> 에서 신부로 등장해 장발장을 구원하고,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2012년 톰후퍼 영화_<레미제라블>  

매킨토씨는 뮤지컬 업계에서 그의 입지는 가히 빌게이츠 급인 프로듀서로 통한다.세계 4대 뮤지컬, 캣츠,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가 참여하는 작품에 주연 배역들은 배우로 누구나 가질법한 로망일 것이다. 2012년 영화 레미제라블 역시 기존 뮤지컬로 제작된 레미제라블을 뮤지컬 버전으로 영화한 작품이다.이 작품에서도 처음부터 레미제라블의 영화화를 처음 구상했던 캐머런 매킨토시가 관여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장발장 역의 휴 잭맨 이외에도 러셀크로우, 앤헤서웨이 등의 거물급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이 영화는 2012년 당시, 개봉과 함께 큰 인기를 모았다. 보고, 또 보아도 보고싶은 정말 잘 만들어진 고전 영화로 최고로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 뮤지컬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Les Miserable, 너 참 불쌍타.

레미제라블은 흔히 줄여서 뮤지컬로는 Les Miz(레미즈)로도 발음하는데, La misere(레미제)가 프랑스어로 끔찍한 가난에서 오는 고통을 뜻한다. miserable(미제라블)이라고 하면 가난에서 오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말하고, Les miserables(레미제라블)이라고 하면 복수형이 되었기 때문에 끔찍한 가난과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말할 수 있을거 같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불쌍한(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해석하지만,  Les Miserable이 처음 한국에 들어올 당시, 번역된 의미가 "너 참 불쌍타." 였다는 것이 참 독특하다. 사투리를 섞은 어감이 재미있기도 하고, 나름 팩트도 와닿고. 정말 잘 번역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빅토리 위고가 이 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빅토르 위고는 소설가인 도시에 그 시대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평론가 였다. 그는 "모든 사람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그러한 정신이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배경에 잘 투영되어 있다.


끝나지 않는 노래, hear the people sing


레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가 빨간 깃발을 흔들고 바리케이트 위로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제작년 프랑스 루브르미술관에서 보았던 La Liberte guidant le peuple  들라크루아의 <민족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도시를 우렁차게 에워싸는 노래소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의 행렬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으로의 정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싸웠던 1980년대의 대한민국과 많이 닮아보인다.혁명의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었고,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 대항하는 모습은 프랑스의 1832년 6월 항쟁과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은 시대는 다르지만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오늘날까지도 그 정신은 현대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오고 있다. 




혁명의 국가, 프랑스

프랑스는 3명만 모이면 혁명을 한다고 할 정도로 워낙 혁명을 자주한 나라라서, 영화만 보고 정확히 언제 일어난 혁명인지 알기가 참 어렵다.  파리 시청 앞에 가면 Etienne Marcel(에티엔 말셀)이라는 사람의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1300년대 파리, 상공회장을 지낸사람이다. 이 사람도 프랑스 100년 전쟁 때, 왕이 세금을 올리고 경제의 자유를 방해하려고 하니까 파리사람들을 모아 왕에게 항거를 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의 조각상이 파리 시청 앞에 있다는 것은 아직도 파리 사람들이 프랑스 시민혁명의 역사를 그 것과 연결시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테니스코트에서의 선언(1789)이라던지, 인권선언문발표로 설명되는 프랑스 혁명은 빅토르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그린 혁명보다 50년 정도 훨씬 전 이야기이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에서 묘사되는 1832년에 실패로 끝난 민중봉기가 어떻게이전의 역사적 봉기들과 연결되는지를 알면 빅토르 위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초기 혁명은 결국 기득권 세력이나 다름없는 브루주아들로 부터 시작되었고, 그렇게 급진적인 혁명은 니였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의 부르주아들은 자기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했고, 영국과 비슷한 입헌군주제의 모습으로 나라를 끌고 가고자 했다. 프랑스 삼색국기는 그 것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먼저, 가운데 흰색은 루이 16세의 가문 프랑스의 부르봉왕가의 색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양쪽에 놓인 파란색과 빨간색은 파리시의 문장에서 가져온 색깔로 파리 시민을 상징한다. 그래서 파리의 시민들이 왕과 협력해서 동등하게 나라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폴레옹이 완전히 패해한 워터루 전쟁이 후에 프랑스는 르봉왕가로 다시 돌아와 루이 18세가 즉위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참정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이에 프랑스는 1815년부터 1848년까지 끊임없이 민중봉기가 일어나게 되는데.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봉기(1832년 봉기) 가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1832년 6월 봉기

부르봉왕가가 돌어왔지만, 처음부터 민중들이 급진적으로 저항하지는 않았다. 이 전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나 나폴레옹의 독재를 이미 지겹도록 겪은 터라, 시민들은 혁명을 또 해도 그 결과가 많이 다르지 않을거라는 자포자기도 있었다. 하지만, 안정을 원하는 중산층 계급이 성장하여 그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전에 급진파 개혁이었던 자코뱅들은 귀족들이나 수도원이나 성당이 가지고 있는 땅을 뺏어서 민중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쁘띠 브르주아(소자산층의 부르주아)들이 괭장히 늘어나게 된다. 이들은 이제 잃을 것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처럼 과감하게 개혁에 가담하기 보다는 조금씩의 개혁을 통해 나라가 바꿔가는 것을 더 선호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르봉왕가가 다시 돌아와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정치를 할 수 있었다.


1830년대 혁명을 주도한 개층이 조금이라도 자산을 가지고 있는 소자산계층이 었기 때문에,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땅이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게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었다. 그래서 1830년 혁명에 같이 가담하거나, 참석했던 지식인들 중에서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이다. 빅토르 위고, 라마르크 장군과 함께 1830년대 부터 프랑스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인이 된다.


그런데 1830년 대 전후로 해서 유럽의 경기가 괭장히 나빠지게 된다. 유럽에서 콜레라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전염병이 돌아서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은 우리도 지금 코로나19를 격고 있는 상황이여서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쁘띠 브루주아 계급이 갑자기 콜레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참정권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이 후에 그들은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그 의견에 불씨를 던진 것이 라마르크 장군의 사망이다. 라마르크 장군이 사망하면서 국장을 하게 되는데 그 국장에 참여했던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 바로레미제라블에 묘사되는 1832년 봉기이다. 이 이후, 다시 나폴레옹 자손으로 기득권세력인 루이 나폴레옹이 다시 뽑히고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다시 끝나게 된다. 이에 좌절한 빅토르위고가 자신의 공적생활을 접고 쓴 소설이 레미제라블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32년 봉기는 실패한 봉기였다. 그렇다면 왜 빅토르 위고는 1789년 1830년 1848년 등의 수많은 봉기를 두고, 실패한 봉기를 굳이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자세히 역사적 봉기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1832년 이전과 이후의 나머지 봉기들은 기득권과 기득권의 대립이 많다. 1832년 이전의 테니스코트의선언(1789)와 같은 봉기들은 기존의 성직자와 귀족들에게 맞서 부르주아 계급에 대상인들과의 싸움이었고, 또는 쁘띠 브르주아로 불리는 소상공인들이었다. 또한 이 후 일어난 봉기들 역시 오를레왕가와 부르봉왕가, 1932년 이후에는 오를레왕가와 나폴레옹왕가의 대립구도로 전개되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기득권 세력이었던 셈이다. 1932년의 봉기만이 정말 Les Miserable, 정말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봉기였던 셈이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가 그 많은 프랑스 혁명들 중에 1832년에 집중하여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




장발장의 세계로 부터 벗어 날 수 없는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1800년대 프랑스는 혁명의 나라역다. 그리고 그 혁명의 시작은 가난과 차별이다. 레미제라블은 가난과 차별을 극복하려는 민중들의 저항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저항은 누군가를 분노하거나 정죄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다른 사랑의 혁명을 낳기도 한다. 가장 비참했던 인생의 한복판에서 뜨거운 역사의 소용돌이를 타고, 새로운 생명을 낳고 사랑했던 장발장처럼. 그 것이 장발장이 만들어 낸 세계인 것이다.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새로운 역사를 따라 흐르는 강물에 자베르는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는 장발장의 세계로 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몸을 투신한다. Who am I? 그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빅토르 위고의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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