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5km 아침 달리기를 하고 있다. 물론 느리게. 해를 넘겨가며 꾸준히는 하고 있는데, 그것뿐이다. 작심삼일의 덫에 걸린 건지, 러너스 하이는 도시전설인 게 분명해. 당최 기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
곧 차가운 아침 공기가 볼을 데우고 깊이 들이마신 호흡이 잠든 몸을 깨워줄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자고. 수요일은 주섬주섬이라도 되는데 목요일은 느릿느릿이고, 금요일에는 꾸역꾸역이다. 밖에 나온 게 어디냐라는 위안을 끌어올려 '코어'일 것으로 짐작되는 배를 앞으로 밀어냈다. 음악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무념무상 10여분, 1km는 훌쩍 넘은 것 같은데, 몸뚱이가 여전히 덜그럭거렸다. 마치 오래된 자전거 페달처럼, 부품들마다 이음새마다 삐걱였다.
'정신 차려. 이러다가 중간에 멈추겠어.'
몸 전체의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다 말 수는 없지. 언제 다시 여기까지 할 수 있겠어?
동기부여 자가 생산을 열심히 하는 중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달라졌다.
'에에에에 에~~ 애애애애~~~~~
라일락 꽃 거리마다 가득 코끝이 아려와
~~
봄바람처럼 살랑~~~
내 가슴을 또 흔드는 사람
언제나 나에게 그대는 봄이야~~'
이문세 아저씨가 알려줬다. 봄이라고. 향기가 나지 않아? 조팝나무 꽃이야. 저기 초록 새순이 보이지?
발구르기에 리듬이 붙기 시작했다. 호흡이 자리를 잡으니 나의 시선도 달라졌다.
머릿속 걱정들이 하나둘 발밑으로 떨어지는 동안, 눈앞의 세상은 선명해진다.
'준비, 땅!'을 들은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시야 가득한 노랑 개나리, 하양 살구나무, 분홍 매화. 곧 시작될 것 만 같은 벚꽃 비. 좀 더 귀 기울일걸. '준비'는 고사하고, '땅'이라도 들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응원을 보냈을 텐데. 가쁜 숨이라도 괜찮으니 힘내라고, 새벽 어둠이 물러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