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마호가니 선반이 사방 벽마다 자리하고, 책은 표지를 뽐내며 정면을 향해 있다.

차지한 공간의 크기가 곧 비용임을 감안할 때 이 서점은 상당히 부유한 편이다.

덕분에 경추를 세운 채 감상(?)을 할 수 있다.

운영 초기와 비교해 최근에는 비용편익분석이 많이 반영된 것 같지만.

전자책 비중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 서점이 오래가길 바란다.

지난 일요일 '인생을 바꾸는 정리기술'을 전자책으로 완독한 주제가 할 말은 아닐 텐데.

집에 이런 공간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진정한 독서광이 될 수 있을 텐데.

어쩌면 저 서점 매출에 기여하는 구매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곳에 갈 때마다 하는 상상이다.


현재의 나는, 물론 그런 공간은 커녕 비슷한 책장도 감당할 처지는 아니므로,

일단 지금 거실 벽 고작 절반을 차지한 내 책장 앞에 서 본다.

뭔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데. 이유를 꼭 집어낼 수가 없네.

사방은 고사하고 벽 하나도 전체를 쓰지 못하는 내 책장?

그래서인지 그럼에도 인지, 책등 너비만큼 존재가 줄어든 내 컬렉션들?

저들은 내용만큼 표지도 정말 근사한데.


내게 맞는 책장의 본질을 생각해 내는 것이 먼저겠다.

넓은 벽 대신, 글과 함께하는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보리라.

일단 해 보고, 아니면 또 바꾸는 거지.

이게 또 좁은 공간 만이 가진 장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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