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폰트 타입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Noto Sans로 골랐다.

약속한 시한이 따박따박 다가오고 있다.

폰트 타입이 뭐가 중요하냐 싶다가도

첫 페이지, 첫 글자를 넣고 나면, 항상 반드시

허리를 뒤로 젖히고 화면을 노려본다.

고개를 15도 요리조리 꺾은 채,

폰트 묶음도 빠짐없이 다 눌러보고,

기존 파일도 열어서 비교해야지.

그렇게 10분, 20분을 훌쩍 보내고 다음 줄을 쓰기 시작한다.

에석하게도, 그 한 패러그래프 마침표를 넣고 나면,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간다.

나는 양심이 있으므로, 20분까지 날리지는 않고, 10분 내로 정한다.

역시, 처음 느낌 그대로.


작업 효율이 올라갔다는 자기 합리화를 챙겨서 타이핑을 하다가, 문득

지난 분기에도 이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런 변덕이 연 단위 주기였는데, 언제부터 분기로 줄었나?

그때, 띠링, 업무 메시지 도착 알람이 떴다.

'안녕하세요. 오늘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두둥, 위장이 무릎까지 떨어졌다.

입이 텁텁해져 머그를 들었는데, 비었네?

일단, 탕비실. 가고 싶다. 가야 한다. 가도 될까?

물론 답장은 아직, 물론 쓰기는 할 건데, 당연히 메시지 창을 열어두기는 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이래서야 되겠어?


아니.

시작은 어제였어. 일요일에 이미 시작된 거지.

내 2026 다이어리에도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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