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 보고 싶어서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웃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실 지금도 꼭 써내고 싶다.

중학교 2학년, 체육(무용) 시간. 대강당 수업이었고, 발레 영화가 유행이었나?

수업 중에 남자 무용수 동작을 흉내내기. 무릎 꿇은 채, 강당 한쪽 모서리에서 주우우욱 대각선으로 미끄러져 반대편에 닿는 마지막 순간! 양팔을 하늘로 쭉 뻗고 머리를 뒤로 우아하게 젖히는 동작. 계획은 그랬다. 도무지 앞 뒤 상황에 대한 기억은 없고, 그 동작에 대한 머릿속 이미지 트레이닝, 미끄러질 때와 팔을 뻗었을 때의 쾌감, 턱을 힘껏 위로 들어 올리다 결국은 뒤통수를 진녹색 강당 바닥에 '꿍'하고 박았다. 온몸에 전해지는 바닥의 진동, 모두의 시선이 내 전신에 닿는 그 짜릿함. '아프겠..' 속삭임을 금세 덮어낸 웃음소리. 선명한 컬러 사진으로 머릿속에 남겨졌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놀랍게도 창피하지 않았다. 주변의 웃음에 나도 같이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깔깔대며 반 전체가, 선생님도 함께 웃었다. 동작은 완전히 망했지만, 샛노랑 나일론 체육복 바지 무릎이 순식간에 타들어 구멍이 났지만, 플라스틱 냄새가 스멀스멀 코끌에 닿았지만, 나는 양 무릎을 손바닥으로 감싸 안은 채, 까르르까르르 웃었다. 이후 며칠간 무릎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걸 보며 혼자 또 키득키득. 물론, 나는 당찬 10대, 중2였으므로 집에 이 사건(?)을 공유하지 않았다. 이건 엄청 소중한, 오롯한 내 것, 내 경험이었으니까.


웃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는 주기적인데, 매번 이 장면이 떠오른다. 이제는 어느 쪽이 먼저인지 조차 헷갈릴 지경. 이렇게나 선명한 기억은 내가 웃었기 때문일까, 내가 다른 이들을 웃겼기 때문일까. 종종 궁금하기도 하고. 그 날 이후로는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이기 때문일가, 그 날이 그립다. 평소 생활에서 누군가를, 또는 나 스스로를 신나게 웃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걸 쉽게 해내는 이들의 재능이 무척이나 부럽지만, 공부를 한다고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일단 열심히 남을 관찰하는 중이다.


그러다 발견한 뜻밖의 수확, 웃긴 소재에 열중허고 보니 나의 구시렁이 자꾸만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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