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실제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글 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단어 뜻을 잘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모국어를 쓰는 이의 저주라고 까지 하진 않겠지만, 대단히 익숙한 단어조차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주 깨닫기 때문이다. 읽던 책에서 '아나키스트'는 그저 정부 혹은 강제적 지배가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이들이라는 설명이 등장했다. 해당 내용이 낯설었던 것은 아니고, 예전 경험을 되새김질하는 기회가 되었다. 뜻도 모른 채 적은 글이 훗날 내게 부메랑으로 날아와 복수를 했던 기억.


말하기도 비슷하다. 다른 이와의 소통에서 적으면 1%, 많으면 99% 까지도 잘못 전달되기도 한다. 일정 정도는 반드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다. 이 때는 단어 뜻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생활 또는 삶의 맥락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와 나는 다른 개인이고 따라서 생활, 삶, 역사가 다른 만큼이나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어휘에 담은 맥락과 뉘앙스는 다른 것이 당연하다. 행동이나 말투 등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위한 부가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내가 지닌 맥락 안에서 해석되는 것들이기에, 역시 완벽한 뜻 전달이란 없는 셈이다. 더하여 점점 더 희미해지는 기억력이 합쳐지면 의사소통은 한 단계 더 복잡해진다.


대화 상대방과 나는 그 사실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면서 다른 결의 맥락을 가졌고 따라서 의사소통의 일부 어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이미 다른 상태인 것을 같게 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으며 다만 그 간격을 각자가 한 발 정도 다가설 '의지'를 가져야 하겠다. 시작은 그런 의지를 가지고자 함에 대한 동의를 공유하는 것이겠지. 물론 그것조차 되지 않는 상대방을 대하는 방법은 없다. 그 정도면 사실 의사 '소통'에 대한 의지조차 없을 테니, 내가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저 말하도록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이때 속으로 애국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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