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또. 또! 또, 실수다.
한 박자 더 기다리고, 한숨 한 번 더 쉰다.
이번에도 틀릴 수 없다. 아니 틀리고 싶지 않다.
늘상 하던 일에도 벌여대는 실수(?)에 스스로가 어처구니없다.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 잘못이 반복되고, 자책의 횟수가 는다.
그런데, 자책의 감도가 옅어진다.
반복에 반복을 쌓아 올리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이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외면하기로 변태하기 직전이다.
무엇인가를 잘함에 있어, 쌓인 시간 양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오랜 기억에 따르면, 심지어 쌓인 시간이 초년이던 시절에 그걸 알고 있었다!
쌓인 시간과 보여지는 능력은 대체재 관계를 갖지 않음을.
그것이 참이라면, 가장 오래 다닌 저 인간 능력이 우주급일 테니.
내 쌓인 시간이 많아지니, 그 깨달음이 미묘하게 왜곡되다가,
세상이 능력만으로 돌아가진 않아를 입에 올리는가 싶더니,
그 깨달음 시절을 가위로 잘라낸 듯 없앤 뒤에야,
고작, 이 자리에, 어쩌라고를 독백하는 중이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아닌' 그룹은 아님을 배운다.
하다 못해 이런 깨닫기라도 자주 해야 스스로에게 덜 어처구니없을 것 같아서 애쓰는 중인데,
이젠 멀쩡하게 하던 일조차, 허투루 되는 것을 보면, 만 시간의 법칙도 나한테는 맞지 않다 싶다.
그런 동기부여 금언들은 죄다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처럼 들린다.
사실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의 기능이 퇴화하고 있다는 말 대신, 나의 기능들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집어 들기로 했다.
세상의 변화(modification, not progress)는 나날이 가속을 하는데,
달라지는 '나'의 기능을 좀 더 애정을 담아 다르게 써보려 한다.
글쓰기는 그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