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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Mar 14. 2024

신상 카페

나 사용기

한 달 정도 되었다. 동네에 작은 로스터리 카페가 새로 오픈했다. 십여 년 된 4층짜리 상가이고, 내 기억에 그 자리에는 한 번도 매장이 들어선 적이 없다. 뭐, 그런 동네이고 그런 상가이다. 물론 초창기부터 버티는 매장들이 있기는 한데,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다소 외진 곳에 있다. 다만, 커피 매장이 저가형부터 자격증을 걸어 둔 바리스타 카페와 유명 매장까지 포함해서, 모두 7개가 모여 있는 카페인 특화(?) 상가라는 건 특이점이다. 


오늘 드디어 그곳을 찾았다. 층고가 높으며, 가구는 밝은 스칸디나비아(?) 색상과 스틸 소재만 사용했다. 길고 폭이 좁은 바 테이블이 가운데 있고, 벽 쪽으로 작은 테이블을 대여섯 개 정도 뒀다. 천장은 모두 노출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고, 주방 쪽 벽은 커다란 격자를 책장처럼 짜 넣어 서재를 연상시킨다. 절반은 LP로 채웠고, 커다란 스피커를 다소 위 쪽에 설치해서 공간음향(?)이 좋고, 플레이리스트가 클래식이나 인디음악이다. 여기까지가, 이곳을 가보자는 제안을 한 동행이 미리 해준 묘사다. 


'Push'는 없었으나, 당당히 문을 밀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중저음 목소리의 인사를 받았다. 검은색 폴로 셔츠에 소매를 서너 번 접었고, 아이보리색 면바지, 연한 고동색 옥스퍼드 재질의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훤칠한 키의 사장님이 우리를 맞았다. 반곱슬 헤어스타일을 목 근처까지 단정하게 길렀는데, 가게 가득한 카페인 향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이었는데, 곧이어 노트북 가방을 싸들고 들어선 청년 한 명, 곧이어 여성 세 명이 들어섰다. 이미 단골인 듯한 이분들은 장사 잘 되시냐는 다정한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마도 근처에서 일을 하시는 분인 듯했다. 세 분 모두 음료와 디저트까지 꼼꼼히 주문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라떼 두 잔을 받아 들고 앉았다. 나는 동행에게 가게를 아주 적절하게 묘사였음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행여 잊을까 싶어 단단히 기억해 뒀던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장님 얘기는 왜 안 했던 거야?"


동행은 시치미 뚝,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고, 나는 행운을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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