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하루 5분! 더이상 피부과 안가는 이유!"
"피부 탄력 올리는 5분 운동!"
"피부과 의사의 비법 대방출!"
홀린 듯 클릭한 알고리즘의 계시에 미혹되어 줄줄이 사탕 같은 쇼츠에 빠지고 말았다.
하루 5분, 자투리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젊어 보일(?) 수 있다고만 광고해도 양반이다.
아예 대놓고 '젋어진다'라는 말도 붙는다. 내용들이 자신감 넘친다.
하단에 조그맣게 뜨는 '유료광고'표시 덕분이겠지.
내 눈은 보지만, 내 뇌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갖 기구도 등장한다.
해외 영상도 뜬다.
어느샌가 나는 거울 앞에 섰다. 나도 해보자 5분!
자세가 틀리면 팔자주름이 생긴다는 겁주기 마케팅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작심 3일을 찍은 날, 얼굴 광대 부근이 다소 얼얼했다.
이게 바로 그 효과라던 피부과 의사 말이 뇌리에서 반복재생 중이다.
뭔가 효과가 있는 듯한 기분과, 거울에 비치는 착시현상에 홀려서,
또, 하던 것을 멈추고 따라 하려는 찰나, 띠링, 문자메시지 알림이 떴다.
"고객님이 주문하신 아무개 상품, 오늘 14~16시 배송예정입니다"
오~ 함빡 미소와 함께 광대가 한 껏 올라갔다.
백년가게라는 곳에다가 어제 주문한 고추장/간장 돼지불고기 양념이 오늘 도착한다니!
고맙고도 고맙다. 오늘 저녁 메뉴가 확정된 순간이다.
부지런히 필요한 쌈 거리와 야채를 사러 나섰다.
집 앞에 새로 생긴 아담한 하*로마트에 들어섰다. 싱글벙글 인사를 건넸다.
몇 개를 집어서 나오는 데, 한 때 뉴스를 탔던 익산농협의 생크립찹쌀떡 전단지!!
이렇게나 운이 좋다고? 여사님이 얼른 집어가라며 안겨주시는 걸 또 두 봉지 들었다.
후식으로 아주 적절할 것이라는 자기 암시에 빠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파란 연미복 예쁜 물까치 네다섯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댄디한 외모에 반전 악다구니 울음소리를 가진 녀석들이다. 귀엽다.
그렇게 한 껏 들뜬 기분으로 공동현관 앞에 섰는데,
비밀번호를 누르기 직전,
유리가 전신에 신남을 뿜어내고 선 내 모습을 반사했다.
피식.
입꼬리가 한 껏 올라가고, 광대는 승천 중이다.
눈꼬리가 접혀 주름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생긴 탄력이 얼굴에 고스란히 비친다.
그렇다, 하루 5분 얼굴 운동. 그것도 좋겠지만,
나는 그냥, 이렇게 웃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