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사용기
지니어스, 머니게임, 피의 게임, 등등. 이제는 하나의 장르인 게임쇼를 표방한 리얼리티.
설득, 배신, 용서, 신뢰, 계산, 의리, 애증, 자만, 미움...
로맨스 빼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냥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훔쳐(?) 볼 수 있다.
시청자로서는, 그래도 한 편으로는 최소한 정해진 장치가 유지되고,
모두가 그 규칙은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유지되는 한, 일단 본다.
참가자들에게는, 아마도 카메라가 그런 장치의 역할을 하리라.
누군가 항상 보고 있다는 긴장감. 자기 검열.
세상에는 그런 것이 없다.
대부분의 일들은 아무도 모르게 흘러간다.
내가 실수로 프린트를 잘못해서 종이 수 십장을 버려도, 아무도 모른다.
급히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큰 일을 치렀는데, 물이 안 내려가서 도망(?) 쳐도
만원 버스에서 밀리고 밀리다가 교통카드를 못 찍고 내려도
나를 잡으러 오는 일은 없다.
게임쇼가 현실 생활의 축소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처럼 감시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런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단은 유지되는 질서가, 아닌 경우보다는 많다고 믿고 있다.
비록, 나는 오늘 버스에서 아끼던 목도리를 잃어버렸지만.
분실물센터까지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눈물이 났다.
나는 찾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