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기
생활이 급하다는 생각이, 실제로 정말 급한지는 차치하고, 현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불안함의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기준을 본인이 아닌 남에게 두기 때문이라는 가르침이 기억났다.
아침 기상이 5분 늦으니, 출근 준비에 10분이 더 걸렸고, 급한 마음에 차를 끌고 나왔으나, 도로 사정이 딱 그 10분만큼 정체가 늘어났고, 회사 출근 시간은 맞췄으나, 챙겨 와야 했던 도시락을 포기했고, 등등. 야근 중에 만난 거울 속 내 오늘은, 하루 종일 종종거렸어도 뭐 하나 내 의지가 들어간 것이 없다. 다른 누군가의 일정에 따라 여기로 저리로 휩쓸린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급한 대로 '1000권 읽고 깨달은 것들' 같은 다이제스트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성취란 다이제스트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1000권 읽는 와중에 그 노력을 통해 각성하는 거지, 1000권에 담긴 정보가 저절로 각성을 주지는 않습니다. 성취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어지는 훈장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왜 하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반성도 계획도 의도 또한 없이, 한 치 앞에 떨어진 일들을 그냥 해치우는 데에만 몰두하다 보니, 하루 종일 바빴어도 뭘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날의 끝자락에 이 문장을 만났다. 아마도 흔들리는 와중에 내가 얻어낸 것은, 큰 사고 없이 일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이고, 애초부터 나는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다짐을 했음을 기억하라는 말로 들렸다.
해당 저자의 책을 역순으로 읽는 중이다. 세 번째 책인데, 글의 패턴에 익숙해져서 쉽게 읽힌다. 더하여 과거의 저자가 제시한 미래의 오늘이, 과연 어느 정도의 적중률을 갖는가를 확인하는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구나 싶은 포인트를 군데군데 지나다 보면, 그래도 이렇게 지내왔으니 잘 살아내 볼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다독임을 느낄 수 있다. 환경 변화가 상수이고 인간의 욕망이 변수이기에, 모두가 다른 결과를 받게 된다는 해석을 곱씹어 본다.
다음번 휘둘릴 때에 내가 어떤 욕망을 가져야 좀 다른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