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이게 다 'ㄸ' 때문이다. 며칠, 아니 두어 달은 된 것 같다. 꼭, 이 'ㄷ' 자판이 잘못 찍힌다.
Shift 탓일 수도 있고. 마음은 급한데 오타가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오늘 받은 지적은 모두 다, 키보드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키보드를 바꿔야 한다. 직장인 필수템이지 사치품이 아니고.
생각해봤자, 아무튼 오래된 것 같다. 내 기분이 가진 기억이 중요하지.
1차 위기. 화면에 가득한 노트북들. 시작은 키보드였다. 마우스였고, 보조 모니터였는데,
어느샌가 노트북을 보고 있다.
그때, 12일 월간 카드결제 문자가 도착했다.
정신이 드는 걸 보니, 아직 지름신보다는 내가 더 강하다는 자부심이 솟는다.
다시, 첫 페이지. 키보드 카테고리에서만 머물기로 결심한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가격이 대단하다. 높은 가격순으로 정렬하고는 플렉스를 상상한다.
감탄한다.
자제를 위한 노력 하나,
사무실 구석에 쌓인 예전 키보드 개수를 센다. 네.. 개.
저 중에, 대부분은 고장이다, 아마도. 내 기분이 가진 기억이 중요하다니까.
자제를 위한 노력 하나 더,
리뷰를 꼼꼼히 뒤진다, 평점 1부터,
그래야 정신 차리고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애초에 들어오질 말았어야 한다는 촌철살인은 사양한다)
어느샌가 가득 찬 장바구니, 또는 내 카드 한도.
결제 비밀번호까지 일사천리. 이럴 때는 자판이 아주 매끄럽게 작동한다.
다음 글은 새 키보드가 맡아주겠지. 그 글은 새 것 처럼 반짝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