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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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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Feb 07. 2024

지금 소비한 나에게 해 줄 말은?

나 사용기

“지금 소비한 나에게 해 줄 말은?”


모 신용카드 앱에 접속하면 뜨는 말이다. 아 물론, 저렇게 반말로 쓰여있진 않다.

순전히 내가 받은 느낌이 그렇다고 해두자.

왜 그런 기분 가져본 적 있지 않은가?

분명 글자를 눈으로 보고 있는데, 음성으로 귀에 꽂히는 기분.

결제 확인을 위해서였 건, 언제 썼는지 조차 모르겠는 순간에든,

화면에, 

봐바바바봐악! 

(내가 받는 느낌이 그렇다.)

하고 저 문구가 튀어나오면

찰나의 순간, 마음은 흠칫, 손가락이 주춤.

머릿속에서만 작동하는 음성지원 탓에 나는 심지어 주변을 두리번거려 본 적도 있다.

이것을 생각해 낸 사람이야 모든 고객의 사정을 헤아릴 순 없을 테니,

이 쪼그라든 나의 마음은, 당연히 그의 탓이 아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그런 의도를 담았다면

매우 감탄했다고 말해주련다. 감사까지는 못함은 내 자존심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고.

그의 고용주도 고객의 마음 한 자락을 집어낸 저 문구작성자의 능력을 칭찬해 주길 바란다.

저 문구 덕분에 내 마음은 곧장 태세전환에 돌입하여,

'너는 (충동)소비를 했으나 반성을 했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소비와 반성이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넘쳐나는 매체 영상과 글에 파묻힌 채로는,

꼭, 반드시, 누구를, 무엇을 닮으라고 소리 지르는 수많은 자본주의 ‘팔이’ 틈에서

내가 본래 찾고자 하는 것을 꼬옥 붙들고 있기란,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인지부조화 감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틱톡은 그저 시계소리일 때만 안전할 뿐.

영상이 되는 순간, 나는 결제버튼과 취소 사이에서 또 한번 방황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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