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12월이 끝나가는 어느 이른 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허기를 버틸 수 없어 휴게소를 들르기로 했다.
제육볶음, 소머리국밥, 된장찌개, 돈까스, 떡볶이, 핫도그...
결국은 라면메뉴 진동벨을 받아 들고 자리를 잡았다.
늦은 시간에는 많은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설 때의 설렘은 운전의 피로를 이기지 못했다.
눈두덩이를 서너 번 꾸욱 꾸욱 눌러본다.
식곤증이 오면 안 되는데.
그렇게 이리저리 목과 허리, 다리를 움직거려 본다.
드르르르르르 드르르르르르
픽업존에는 세 개의 라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 것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내 옆에 젊은 청년이 섰다.
진동벨을 든 손이 거슬거슬하다.
그도 나처럼 숫자를 맞춰보는 중이다.
그런 청년을 향해 주방에서 목소리가 건너왔다.
'공깃밥?'
'네. 감사합니다!'
내게도 물어봐 주길 기대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다 먹지 못할 텐데.
미안하지만 거절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주방은 조용했다.
나는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겨운 마음들로 인해 기분이 살짝 들뜨는 것이 아닌가?
단골만이 갖는 바이브가 부럽기도 했다.
따뜻하고 칼칼한 국물이 목구멍을 적시고 위장에 퍼진다.
차가운, 상큼하고 달큼한 단무지 노란 맛이 으쌰 으쌰를 외치는 것 같다.
새빨간 김치로 면을 싸 안아 한 입 가득 문다.
다만 허기의 정도와는 다르게 수저는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씹는 횟수, 속도가 한 템포씩 느려지더니.
멈췄다.
심장이 커지는 듯 명치 안쪽이 뻑뻑해지다가
결국 눈시울이 뜨끈 그리고 울컥,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주르륵 흐르는 걸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그릇에 얼굴을 박고 우물우물 남은 라면 조각들을 씹고 또 씹었다.
눈물이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반 정도 남은 라면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는 등을 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나를 울게 한 곤색 작업복 청년의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등은 하나가 아니고, 서 넛 정도, 내 옆테이블에도 둘 정도.
시야에 없는 식탁에도 둘은 있겠지.
모두 혼자거나 둘, 대화 없이 달그락하는 수저, 접시 소리뿐이다.
이른 밤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본 적 있는가?
여행의 설렘은 없다.
대신, 고된 일과를 기어코 이루어내는 마음들이 있다.
한결같은 일상을 지켜내기 위한 수고로움들이 있다.
이 귀한 마음들을 하찮게 다루는 천박한 마음들이 몹시 밉다.
그런 마음을 담은 그들의 몸뚱이를, 욕심을 뱉어내는 입들을 나는 연민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