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악플을 달지도, 좋아요를 누르지도 못해서

by quietrebel

나는 일찍이 주류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남들이 약속이나 한 듯 상찬을 보낼 때 나는 홀로 고개를 돌렸고,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침을 뱉는 곳에서 남몰래 온기를 발견하곤 했다. 그것이 사람이든, 콘텐츠든 마찬가지였다. ‘정상’이라는 분류 체계에 편입되기 위해 비정상이 아닌 척 연기하며 사는 일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친 나이. 입 밖으로 쌍욕을 뱉을 수도, 손가락을 놀려 악플을 달 수도 없고, 좋아요를 누를 수도 선플을 달 수도 없는 이 비겁한 침묵을 대신해, 나는 이 고요한 지면에 내가 품은 불온함을 적어보기로 한다.


세상이 추앙해 마지않는 어떤 사람을 나는 죽도록 증오한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듣기 거북한 비음과 어딘가 모자람이 밴 역겨운 말투뿐인데, 그가 손대는 것은 무엇이든 잘된다. 행보마다 잘 나가고 또 잘 나간다. 대한민국을 빛내는 세계적인 스타, 패션 아이콘, 아이코닉, 리빙 레전드. 까보면 제 것이라고는 여기저기서 교묘하게 훔쳐온 수준 낮은 짜깁기일 뿐인 주제에, 정말 가당치도 않다. 아주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의 이 눈부신 성공을 시대를 잘 타고나서, 그저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평하고 싶다. 대중들은 그를 매일 같이 찬양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꼴도 보기 싫어서 소셜미디어에서 그 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해당게시물을 차단을 해버리고 만다. 설명하자면 입이 아프다. 모든 것을 떠나, 나는 그가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 방치했던 '애니멀 호더'였다는 사실만을 영원토록 기억할 것이다.


반면, 나는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어떤 사람을 응원한다. 그가 저지른 범죄는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며, 설령 법적 죗값을 치렀다 해도 도덕적 면죄부까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지에 버려진 그의 재능은 지나치게 아깝고 선명하다. 차마 누구에게도 그가 재미있다고, 그의 콘텐츠를 보라고 추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홀로 마주하는 화면 속에서, 그가 툭 던지는 말들에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고 만다. 어떤 날에는 배를 부여잡고 자지러지게 웃다가, 문득 내 모습이 역겨워 몸서리치기도 한다. 그의 추락을 '불운'이라 치부하며 안타까워하는 나의 한심함을 자각하면서도, 나는 그의 영상을 소비하고 또 소비한다. 다시 다음 영상을 재생하며, 몇 해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그의 반려견을 홀로 추모한다.


내 잣대는 이렇게 이상하게 비틀려 있어, 나조차 혼란스럽다. 감히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이 등 돌린 자가 선보이는 음지의 유머만이 언제나 나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여전히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언젠가 역겨운 애니멀 호더인 그 사람이 단죄받길 바라며, 언젠가 그 빌어먹을 범죄자가 다시 양지로 걸어 나오길 바란다. 수억 명의 찬사를 받으면서도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겼던 자의 화려함보다, 만신창이가 된 채 손가락질받을지언정 제 곁의 생명을 돌보았던 자의 해묵은 진심 한 조각이 내게는 훨씬 귀하다.


나의 이 불온한 의견이 누군가에게는 날 선 거부감으로 읽히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정상, 그 매끄러운 이름 밖에서, 나와 닮은 뒤틀린 온기를 발견해 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 믿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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