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들을 도륙하기로 했다

by quietrebel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자신의 빈곤한 내면을 기어이 전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들로 뒤덮였다.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숨죽여 살기보다는, 오히려 더 시끄럽게 떠들어 존재감을 확인받으려는 기이한 인정 욕구. 그들이 온 사방에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한 이 현상을 보며, 나는 이것을 일종의 ‘팬데믹’이라 부르기로 했다.


바이러스는 공기가 아니라 랜선을 타고, 활자를 타고 번졌다. 한때 존경받아 마땅했던 어르신들이, 은퇴 후 평온을 즐겨야 할 부모님들이, 훤칠한 외모와 번듯한 직업을 가진 엘리트들이, 어제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던 동료가, 웃고 떠들던 친구가, 한집에서 숨 쉬는 내 가족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의 반이 이미 '그것'들로 변해버렸다. 이성이 마비되고, 상식과 도덕이라는 껍질이 녹아내린 자리에는 도무지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흉측한 괴물이 있었다.


가장 끔찍한 건, 이들이 스스로 감염되었음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이다. 그 어떤 검열도 없이, 그들은 스스로 낙인을 몸에 새기고 “나 여기 감염됐소”라고 외치며 사멸의 길로 기어 들어간다. 논리와 지성은 증발한 지 오래고, 맹목적인 신념과 증오만이 남은 눈동자. 그 처참한 결핍을 마주하는 일은 우리 비감염자에게 고통을 넘어선 공포로 다가왔다.


악령 들린 손가락으로 써 내려간 배설물 같은 글, 비릿한 악취를 풍기며 뱉어내는 혐오의 말들, 역겹게 비틀린 거짓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 이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3부작을 세상을 향해 내 비추어야만 완성되는 일종의 행위예술, 이 따위 난장판을 매일 같이 목격해야 하는 심정과 개탄스러움을 그들은 알까. 인간의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오만이 부른 착오였다.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이해나 애처로운 설득이 아니다. 적어도 나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확실하고도 냉정한 처단만이 필요했다. 나는 그것들을 '도륙'하기로 했다. 떼거지로 몰려드는 무지성 거인들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베어내는 리바이의 심정으로, 그 어떤 연민도, 혐오도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도록, 들리지 않도록. 그들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잔혹한 '배려'일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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