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을 뻗으면 너는 빛이 되어라
내리쬐는 태양에 오소리가 풀숲으로 도망치면
그제서야 도착하는 웃음들
그 얄팍함이여
나에게 남은 권능은 진정 권능도 아니다
이것을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어딘가에 걸려있을 메마른 꽃도 아니다
비가 온 골목길에 고여있는 오물들이 흐르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
오후 내내 울던 아이들은 묻지도 못한다
열과 행으로 늘여놓으면
아무런 말도 아무렇게나 조롱받고 아무렇게나 박수받고
그렇게 잘게 갈리고 갈리어 가루가 된 사람들
그들의 멱살을 잡고 동네를 신나게 뛰어보자
어쩌면 어머니도 내일까지 우실지도 모른다
오직 너만이 너로구나
이러시면서
아
오늘이 오늘이여라
내일은 달이 코를 크게 풀어 내 제삿밥에 밀물이 들이닥칠터이니
우리 손목에 시계일랑 팔찌일랑 다 풀어버리고
모두 다 비참해져보자
위로의 술병으로 서로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닿고 닿고 닳고 닳아서
내일 신문 부고란에 우리의 이름으로 각운을 맞춰보자
그대
나
그대
그대
그대
그대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