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대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2020년을 기준으로 발달이 느린 영유아의 비율이 20%에 달합니다. (출처 : 발달선별검사(K-DST) 검사 기준, 육아정책연구소 통계) 더욱이 근 몇 년동안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전반적인 언어 발달 지연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산율 저하로 영유아의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발달 지연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인간의 뇌 발달은 영유아 시기에 급격하게 발달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뇌의 신경(뉴런)이 서로 활발하게 연결되고 생성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영유아 시기의 발달 문제는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적절한 발달 자극을 주는 것이 향후 발달 수준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의료 접근성이 좋은 우리 나라에서조차 이러한 발달 문제들이 조기에 발견되고 있지 못하여 많은 국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합니다. 키블 팀은 아이들의 발달 문제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개입을 도와 아이들이 온전하게 발달/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모였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아직 키블 팀은 아직 문제의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발달 문제는 늦게 발견되고 있을까? 우리가 제공하려는 솔루션이 과연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양육자, 아동 기관들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더욱 문제를 깊게 탐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문제 정의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위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참 부럽습니다. 5분만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니 ...)
우리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 의사결정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선택은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가 자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만, 가끔은 심사숙고의 과정을 걸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말이죠.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바라보며 독자적인 "해결책"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문제의 본질을 조금 더 명확히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럴듯한 솔루션에 현혹되어 헛수고를 하게 될 위험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문제의 본질에 한 발짝씩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짧은 단어가 갖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근현대 과학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사과가 떨어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에 "왜"라는 단 하나의 의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죠.
5WHY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더욱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안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 제퍼슨 기념관의 돌로 된 벽이 심하게 부식되고 있다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방문객들은 기념관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여 훼손된 것이라며 불만을 터트렸고, 기념관은 이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알고보니 관리 직원들은 오히려 청결 유지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고,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돌을 세척하기 때문에 벽이 부식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덜 자극적인 세제의 사용을 권하였으나,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일까요?
5 WHY 기법을 적용해보니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 : 기념관의 대리석 벽이 심하게 부식되고 있다.
• Why 1 : 왜 기념관의 대리석이 부식되고 있을까?
→ 대리석을 비눗물로 너무 자주 닦기 때문에
• Why 2 : 왜 비눗물로 바닥을 자주 닦는가?
→ 비둘기가 많아 비둘기의 배설물들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 Why 3 : 왜 비둘기들이 많은가?
→ 기념관에 비둘기가 좋아하는 거미들이 많기 때문
• Why 4 : 왜 거미들이 많은가?
→ 해지기 전에 전등을 켜서 거미들의 먹이인 나방이 많기 때문이다.
• Why 5 : 왜 나방이 많이 존재하는가?
→ 해질무렵 기념관의 불빛 때문에
해결책 : 제퍼스 기념관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조명을 2시간이나 일찍 점등하고 있었고, 이를 다른 건물들에 비해 1시간 늦게 키는 것으로 바꾸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키블 팀은 아이들의 발달 문제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로 연계시키기 위한 "솔루션"을 고안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도대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문제 정의 워크숍을 진행 후 우리 팀이 도출한 진짜 문제와 이에 대한 솔루션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