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실한 사람이 가장 늦게 배우는 마음의 사용법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마음이 먼저 닳는다.
몸이 아프기 전에 이미 지쳐 있고,
퇴근을 해도 생각은 계속 일에 머문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은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실수하지 않으려는 마음,
민폐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들은 처음엔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마음들이 나를 밀어붙이는 힘으로 바뀐다.
나는 오랫동안 성실함이 나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다.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면,
조용히 책임을 다하면,
언젠가는 나를 알아봐 줄 거라고.
하지만 조직은 마음의 상태를 묻지 않는다.
결과만 남고,
사람의 소진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실한 사람은
자신이 닳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늦게 알아차린다.
일이 힘들어졌을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요즘 내가 예민한가 봐.”
“마음가짐의 문제겠지.”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는 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마음을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써온 데 있다.
마음은 무한하지 않다.
체력처럼 관리가 필요하고,
집중력처럼 회복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을 쓰는 법은 배우지 않은 채
마음을 계속 사용해왔다.
이 연재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버텨보자고 말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일을 계속하면서도
마음까지 함께 지켜낼 수는 없을까,
그 질문에서 시작된 기록이다.
조직의 기준과
나의 기준을 분리하는 연습,
일의 결과와
나의 가치를 분리하는 연습,
성실함과
자기 소진을 구분하는 연습.
이 글들은 정답이 아니라
연습에 가깝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이 연재는 일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제자리에 놓기 위한 작고 현실적인 시도다.
다음 글에서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위험해질 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