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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Oct 29. 2021

촘촘한 사교육이 놓치는 것

인간이 인간인데는 이유가 있을텐데

학생이 출석하면 강사가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석했다고 보호자에게 문자를 전송한다. 지각하면 몇분 지각했는지도 연락이 간다.

수업이 끝나면 오늘은 어떤 교재를 몇페이지 풀었으며 미니 테스트에서 몇 점을 받았고 클래스에서 석차는 어떻게 되는지까지도 보호자와 학생에게 전송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중, 고등학생이 다니는 대형 보습학원의 시스템이다.


유치원생이나 받아올법한 알림장처럼 과제가 상세히 설명돼 있고 범위도 확실히 정해져 있다.

수강생들은 시간을 내서 주어진 과제를 해내기만 하면 된다.

교과서 50페이지 남짓한 시험범위를 학원에서 1회, 2회, 3회 반복하며 복습에 복습을 거듭한다.


예전에도 내신 학원이 이런식이었는지는 학원을 길게 다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학원에서 만든 특별 교재는 시험범위를 단어 단위로 부수어 꼭꼭 씹어 죽으로 만들어서 입에 부어주는 식이다.


물론 지루하다.

영어과목의 경우 본문과 대화문을 달달달 암기해서 빈칸채우기로 시험을 보고

어떤 서술형 문제가 나와도 맞설수 있도록 다양한 변주 문제를 처리한다.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기 위해 어느정도 줄세우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식의 공부만 가르쳐놓고 대입이나 취업 자리에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구하니 학생들 입장에선 억울하다.


일본의 한 영장류 학자가 침팬지 ‘아이’와 아이의 자식인 ‘아유무’를 함께 길렀는데

아이에게만 1~9까지 숫자를 외우게 하고 컴퓨터화면에서 순서대로 누르는 프로그램으로 학습을 시켰다.

아유무는 4살때까지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

자신의 컴퓨터를 지급받자 능숙하게 숫자 암기 능력을 선보였다.

지금은 1부터 19까지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건 숫자를 한순간만 보여주고 1을 누르는 순간 나머지 숫자가 모두 모자이크로 변해도

2부터 나머지 숫자를 순서대로 맞힌다는 점이다.


인간도 침팬지와 공통조상을 공유하고 있기에

아주 오랜 옛날에는 가지고 있던 ‘직관적 기억력’이다.


침팬지는 야생에서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수상한 상대를 만났을때 순간적으로 아군인지 아닌지 판단해야하고

열매를 두고 경쟁할때 가장 빠른 경로를 파악하고 그때그때 경쟁자의 행태에 대응하려면 말이다.


인간은 그에 비해서 느긋하게 진화했다.

직관적 기억력을 잃은 자리는

사고력,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창의력 등이 차지했다.

그런 새로운 능력이 인간 종의 비기였다.


그런데 현재 교육시스템은 인간만의 이러한 능력을 무시하고

동물을 훈련시켜 지능지수를 테스트하듯이 시험을 치러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교사들은 동점자나 만점자가 많이 나오면 곤란하기 때문에

점점 까다로운 주관식과 서술형 문제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뜻은 통하지만 교사가 지정한 표현을 쓰지 않으면 감점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교육이고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

직관적으로도 분석적으로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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