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자A Nov 02. 2021

만약에 코로나가 없었다면

감염병이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

영화 ‘나비효과’를 비롯해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바꾸려하면 예기치 못한 혼란이 파생하는 시간 여행 영화들이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자녀가 있는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렸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아이가 다른 인물로 바뀌어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도 이전의 현실과 똑같이 재현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아이가 된 것이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몇만분의 1초에 벌어지는 작은 변화까지 모두 감수해야 하는 일이니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일이 된다.



만약에 코로나가 없었다면?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고들 하지만

만 2년이 넘게 전세계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코비드19’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어땠을까.

이 바이러스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 역시 헤아릴수 없이 많을 터다.




일단 감염사망자와 그 가족, 완치되었지만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을테고 의료진의 24시간이 바뀌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됐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일상 풍경이 바뀌었고

코로나 시대의 유아,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노는 일이 사라진 답답한 하루하루가 보통으로 자리잡았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도 물론 존재한다. 일찍이 방역 마스크 사업에 손을 댔던 한 지인은 몇십억짜리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어 내심 팬데믹에 고마워할는지 모른다. 어떤 악재에도 관련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인터넷 쇼핑이나 배달업계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도 그렇고, 수많은 정치인, 철학가, 예술가들도 감염병으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사경을 헤맨 기록이 많다. 이처럼 페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등의 감염병들은 창궐할 때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는 생각을 뿌려놓곤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교회로, 민간 신앙으로 몰려들었고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감염병 앞에 무용하다는 점을 들어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는데 나서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왕 이렇게 된거 막 나가자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이라는 책의 저자들은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스페인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발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동맹국에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한 유럽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강하게 반대했다. 배상금 규모를 결정하는 파리강화회의 동안 윌슨 대통령은 당시 유행중이던 스페인 독감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독감은 신경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발병 등의 후유증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있다. 독감 이후 부쩍 병색이 완연해진 윌슨 대통령은 강하게 반대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막대한 배상금은 나치를 결집하게 해 2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가 마스크에서 착안한 세상을 뒤바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지도, 어느 누군가는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비대면 교육 때문에 기초 학력이 떨어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샤워장의 분투

감염병과 싸워온 인류의 역사는 여러모로 ‘샤워장의 바보’를 떠올리게 한다.

수도꼭지가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상태에서 물을 틀면 절절 끓는 물이 나온다. 바보는 놀라서 수도꼭지를 반대쪽으로 완전히 돌린 다음에 냉수 벼락을 맞고 이를 반복한다.


말라리아원충의 숙주인 모기가 인간을 물기 때문에, 모기 유충부터 잡기 위해 독성 살충제를 뿌리자 그 악영향은 인간과 자연에 고스란히 돌아왔다. 대부분의 감염병을 막는데 효과적인 관개 시설 정비는 열대 지역에서는 오히려 장구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도 했다.


물줄기 하나를 겨우 막으면 다른 곳에서 사고가 터지는 식이다.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한국 정부도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한다.

외향적인 회사원들은 벌써 회식 일정 잡기에 나선 모양이다.

코비드19가 없었다면 보다 어려운 질문이 ‘앞으로 이 팬데믹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일 것이다.


나에게는 지난 2년이 인생의 쉬는시간이었다. 재택근무 틈틈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시끌벅적한 모임을 피할 좋은 핑계도 생겼고, 나이는 한두살 먹었는데 세계는 그대로 멈춰서 나를 기다려주는 느낌이 내심 좋기도 했다. 경제적 타격을 직접 입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가한 소리다. 작년도 올 한해도 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운이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본 투 비 블루: 우울하게 태어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