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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Jan 07. 2022

에밋 틸, 목숨값에야 들끓는 사회

흑인 민권운동의 중심에 로자 파크스의 버스 보이콧이 있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1월 7일자 한국일보에서는 이 흑인 여성이 버스 기사의 강요에도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 않고 버틴 데에는 한 소년의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66년전 인종차별주의자에게 무참히 살해당한것으로 추정되는 흑인 소년 에밋 틸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소년은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부에 사촌들을 만나러 놀러갔다가 시내 상점에서 풍선껌을 사면서 주인인 백인의 손 위에 동전을 직접 건네는 실수를 저질렀다. 휘파람도 불었다고 전해진다.


분노한 이 주인의 가족들은 소년을 밤에 납치해 고문 끝에 잔혹하게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들은 납치에 대해서는 자백했고 이후 잡지 인터뷰에서 살인을 했다는 무용담까지 떠들었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흑인들을 들끓게 했고 로자 파크스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에밋 틸이 떠올라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흑인이 차별받는다, 차별받는지도 모른다는 명제에는 무감했던 사람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의 경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공권력에 의해 확인하자 달라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벌어진 부산의 한 데이트폭력 살해사건에서 피해 여성의 가족은 죽은 딸의 신원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엄벌을 촉구했다. 에밋 틸의 어머니가 무참히 린치당한 아들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법원은 최근 이 잔혹한 데이트 폭력 사건의 피의자에게 기존 구형된 10년보다 낮은 7년을 선고했다. 여성의 목숨값은 유난히 낮게 평가된다. 남편이 부인을 때려 죽음에 이르게한 사건은 너무 흔해서 어쩌다 힘조절을 잘못하면 여자가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건이 되고

반면, 부인이 남편을 죽인 사건은 희대의 악녀 사건으로 조명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는 김상중씨는 고유정 사건을 다루면서 '너무 무섭다', '이렇게 무서운 적은 처음이다'라는 식의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가 다루는 수많은 잔혹범죄 중에서 이 사건이 어디가 그렇게 특이하냐고 하면

아마 감히 여성이 남성을 해하는 일에 대한 제작진의 편향된 시각이 드러났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목숨값을 한없이 낮춰잡으면 노예들은 들고 일어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차별도 적당히 해야 기득권을 유지하게 하지,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체제가 뒤집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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