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으면 화도 없다
예전 회사 상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화가 나지 않는 비결은 기대를 일절 않는 것”이라고. 그는 생활에서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삶을 철저히 실천한다고 했다. 심지어 자식들에게도 교육비, 생활비를 대주면서 절대 되돌려 받을 기대를 하지 않고, 심지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양육하면서 스트레스가 적다고도 했다.
타인의 마음은 타인의 것이다. 내 습관 하나 고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남을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하게 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리학에서 화는 ‘2차 감정’이라고 불린다. 화를 불러오는 어떤 감정이 선행하고 그에 따라서 화가 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시당하기 싫다’는 기대,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이 무시당했을 때 화가 생겨난다. 자식이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에는 자식이 완전한 타인이 아니라 내게 복속된 존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게 좌절됐을때 우리는 화가 난다.
회사 상사가 트집을 잡으며 화를 내는 것도, 화풀이를 들어서 친구에게 이 얘기를 전하며 열을 내는 것도 사실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컨트롤 프릭’적인 면모가 있었다. 나 자신을 엄격히 통제하고 높은 기준을 들이대기 때문에 남에 대해서도 그 정도로 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조모임을 할 때 프리라이더를 유독 견디지 못하고 들이받았던 것도 그런 기대의 소산이다.
나이가 들수록 화가 점점 덜 난다는 생각이 든다. 화에 대해서 요모조모 공부한 덕도 크다. 어디선가 본 표현인데 열받고 짜증나는 사람을 만났을때 대처법에 대한 것이다. 내가 광물학자고 그 사람을 아주 희귀한 광물 생플이라고 생각해보라는 거다. 오늘도 나의 수집품에 하나가 추가되었구나 하는 성취감 마저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할까(나의 상식과 맞지 않는데)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그에 대한 기대다.
생판 남에게는 이런 실천이 쉬울 수 있다. 반면 가족,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아무래도 애정에 기반한 기대를 모두 지워내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되뇐다. 남의 마음은 남의 것이다. 내가 좌지우지 해서도 할수도 없다.
마음이 조금 편해지셨나요? 심호흡 깊게 세 번 하고 오늘 하루도 평안하세요. (여러분이 심호흡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고쳐야할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