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투댄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한 성적 대상화라는 챌린지

by 기자A

수 많은 여성들이 가슴과 허리, 엉덩이를 부각하고 손을 머리 뒤에 깍지 낀 채로 살랑살랑 몸을 흔든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영상 SNS를 도배한 제로투댄스라는 밈/챌린지다.


이 춤은 각기 상관없는 캐릭터와 춤과 노래가 합쳐진 변종이다. '달링 인 더 프랑키스'에 나오는 캐릭터인 '002(제로투)'가 'ME!ME!ME!'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의 엉덩이 춤을 추는데 거기 깔리는 노래는 한 베트남 노래의 리믹스 버전이다.


이 자발적 챌린지 영상에서 자발적 성적 대상화의 물결을 본다. 마치 바디프로필 열풍과도 닮아있다.


제로투댄스라는 행위는 손쉽게, 나의 몸을 대상화해 보여줄수있는 핑계가 된다. 초밀착하면서 복부를 드러낸 의상을 입고(늘어난 추리닝을 입고 하면 의미가 없다는 뜻) 야릇하지만 간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몸짓을 반복한다.


강남역 플랫폼에서 지하철이 들어오기 직전인데도 이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을 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럴만 하다. 제로투댄스 챌린지라는 대의이자 핑계가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미성년자를 포함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그런 영상을 촬영한다.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아이돌 댄스는 배우는데 노력이 필요하고 아무나 아무데서 추기 어렵다. 그 허들을 낮춰 일반인 누구나 자신을 셀링하도록 한 게 제로투댄스다.


물론 여성만이 제로투댄스를 찍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남성은 과장된 여성성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혹은 전혀 여성적이지 않은 자신의 몸을 희화화하면서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몸을 떠올리게 하는 춤을 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런 영상을 찍고,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 것 또한 어떠한 인증도 필요하지 않다.


자발적 성적 대상화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직접 찍어 올린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오용되고 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어떤 자유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내가 나를 성적대상화하길 허락하는 행위는 자유가 아니라 자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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