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피자, 치킨, 불닭이 사무쳐...<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
대학 때 룸메이트와 '치킨곡선 이론'을 만들었다. 불현듯 특정 치킨(예를 들면 처X집 양념통닭)이 엄청나게 당기는 현상으로 다른 고칼로리 음식으로 채워지지 않으며 심지어 다른 맛 치킨으로도 달래지지 않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치킨 갈망을 의미한다. 사람마다 주기적으로 당기는 음식이 다르다. 누구는 빵이, 누구는 매콤한 떡볶이나 닭발이 사무치는 날이 있다. "몸이 원하는거니까 먹어줘야 돼"는 다이어트 면피용 핑계가 아니었다. 도린 버츄의 <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은 지금 어떤 감정이 결핍돼 있느냐에 따라 특정 음식이 당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자꾸 초콜릿이 먹고싶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심리치료사인 도린 버츄는 약물과 알콜 중독자들을 상담하다가 사람마다 특정한 약물이나 술을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헤로인 중독자와 대마초 중독자는 각기 다른 감정을 원하기 때문에 그 약물에 중독된 셈이다. 그때 도린 버츄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초콜릿 갈망에 시달렸음을 깨닫는다. 그들과 저자의 차이점은 음식 중독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지 않는다는 점 뿐이다.
초콜릿은 삶에 로맨틱한 감정이 결여됐을 때 먹고 싶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페닐에틸아민(PEA)은 마약 엑스터시에도 들어있는 성분으로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초콜릿은 애정과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시적이지만 탁월한 항우울 효과를 발휘한다. 또다른 성분인 카페인, 티라민, 테오브로민은 순간적으로 피로회복을 돕는다. 초콜릿 향에 들어있는 피라진은 뇌의 기쁨 중추를 자극한다.
책상 위에 초콜릿이 있어서, 어쩌다가 한 두 조각의 초콜릿이 먹고 싶은게 아니라 초콜릿이 온통 뇌를 지배하는 것 같은 초코홀릭 증세를 보인다면 요새 내 삶에 로맨틱한 두근거림이 부족한지 돌아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초콜릿을 끊기 위해 억지 소개팅이나 연애를 할 필요는 없다. 왜 특정 음식이 당기는지 원인을 알았다면 결핍된 상태를 받아들이고("아 내가 연애감정이 부족한 상태구나") 이를 친한 사람과 얘기하거나 일기장에 쓰기만해도 어느정도 음식 갈망이 해소된다고 한다.
나는 밑도끝도없이 까르보나라가 먹고싶어질 때가 가끔 있다. 이 갈망은 어마어마해서 혼자 파스타집에서 까르보나라 접시를 설거지하듯 해치운 후에야 진정된 적도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울적했던 모양이다. 유제품은 탁월한 항우울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유의 코린은 진정 효과가 있다.
특히 유제품이 탄수화물의 조합은 우울감 해소에 그만이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쉽게 말해서 세로토닌의 부족이다. 뇌 화학물질인 이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감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세를 보인다. 심한 경우 환자의 몸이 세로토닌을 흡수해서 없애버린다. 그래서 우울증약 중에는 세로토닌을 몸이 흡수하지 못하게 하는 세로토닌재흡수억제재가 포함된다.
내가 그냥 우유나 치즈도 아니고 꾸덕꾸덕한 까르보나라를 원했던 마음의 기저에는 우울함을 일시적으로 몰아내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 유제품에 포함된 당분은 활력을 높여주는 기능도 있다.
바삭바삭한 감자칩을 향한 갈망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시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고 삶이 심심해서 짜릿한 게 필요할 때 우리는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이 책의 마지막에 음식별로 어떤 감정이 부족하며 어떻게 이를 다스릴지 자세한 표가 첨부돼 있다)
자, 이제 몸이 무섭도록 원하는 음식은 '특정한 감정상태(우울감해소, 정서적 만족, 스트레스 해소 등)'를 향한 갈망임을 알았다. "그럼 원할때마다 그 음식을 폭식하면 되겠네요?"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음식 갈망을 '감정적 허기'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되는 자연스러운 허기를 '신체적 허기'라고 한다.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꼬르륵 소리가 잦아지고 기운이 떨어져서 아무 음식이든 일단 먹고 싶은게 신체적 허기다. 감정적 허기는 다르다. 방금 밥을 먹었어도 초콜릿케이크가, 떡볶이와 튀김이, 감자칩 한봉지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비정상적인 허기는 다스릴 수 있다. 또 건강을 위해 다스려야만 한다.
-15분 동안은 일단 먹지않기로 정하기
-물을 마시기(갈증을 배고픔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양치하기
-내가 어떤 감정 때문에 이 음식을 갈구하는지 생각하기
이상이 도린 버츄가 제안하는 응급처방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상태에서 배고플 때 먹고, 자신에게 결핍된 영양소가 든 음식을 알아서 챙겨먹으며 배가 부르면 식사를 중단한다고 한다. 바쁘고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살면서 이 항상성이 깨진다는 걸 깨달았다면 오늘부터라도 감정적 허기를 몰아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