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국 성진국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십니까?
우리 언니는 일본에서 광고 제작회사를 다녔다. 꿈에 그리던 광고회사에 들어간 언니는 무척 기뻐했지만 그건 그 회사가 사람을 갈아 넣는 전형적인 블랙 기업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회사는 대기업의 수주를 받아 광고를 만드는 곳으로, 업계에서도 수준 높은 심미성과 완성도를 자랑했다. 물론 일을 그렇게 잘하려면 누군가는 밤을 새워서 제안서와 기획안을 만들고, 누군가는 촬영 현장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거래처 사람을 모시고 새벽까지 영업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내가 직접 다닌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굵직한 사건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성희롱이라는 공통된 테마로 벌써 수많은 사건이 떠오르는데, 가벼운 것부터 소개하자면 생리대 사건이 있겠다. 부장급 남자 사원 하나가 여자 신입사원 책상 위에 티슈 한 장을 올려놓으며 ‘생리대 써!’라고 농담한 일이다. 미국이었으면 고소감이지만 일본에서는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사원 본인들의 불륜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데, 예를 들면 신혼 3개월 차인 남자 사원이 ‘그동안 공들이던 스무 살짜리 업소녀랑 어제 드디어 잤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식이다. 심지어 그의 집들이에 회사 사람들이 초대받고 간 일이 있어 모두들 그의 부인과도 안면을 튼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쾌한 일이라는 듯 웃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본 회사 동료인 것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광고가 유독 그런 업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에 ‘절대 그렇지 않은 업계’ 같은 게 있는지는 의문이다.
불륜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태연한 시선은 참으로 놀랍다. 당시 언니의 친구나 직장 동료 여성 중 과반수는 배우자의 불륜 가능성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바람은 어쩔 수 없지만 나한테 들키지만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20대 중후반 그녀들의 최선의 바람이었다. 일본 여성으로서는 배우자의 정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지나친 욕심인 것이다. 물론 상황이 이런 만큼 여성들 입장에서도 정조에 대한 관념은 흐릿한 듯했다.
한국 남자들은 일본 여성에 대한 환상이 참 큰데, 미안하지만 본질적인 오해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삼시세끼 차려주고 고분고분하면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건 일본 TV 프로그램에서 본 이야기인데, 속도위반 결혼을 한 여성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진짜 아기 아버지가 아닌 사람과 의도적으로 결혼하는 여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동시에 여러 남자를 만나다가 임신하면, 그중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남자에게 가서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거짓말 같지만 언니 회사 동기도 여섯 살 난 조카가 형의 친자가 아님이 밝혀져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야후 재팬에 검색해보면 DNA 친자 불일치에 대한 뉴스나 질문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어질어질하겠지만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다. 불륜도 불륜이지만 일본은 유흥업소에 대한 시선도 꽤나 포용적인데, 유흥업이 그냥 양지에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캬바죠(キャバ女: 유흥업소 종사 여성)라는 단어가 TV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그리고 AV 배우들도 TV에 패널로 자주 등장한다. 유흥업과 AV산업은 결이 다르긴 하지만 TV에서 보기 낯설기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언니가 다닌 광고회사에서는 사장이 영업을 도맡아 했는데 가끔 직원들도 데리고 갔다고 한다. 한 번은 언니의 남자 동기 타카히로(가명)가 영업 자리에 끌려갔다. 그날 사장이 데려간 술집은 VIP 소개로 가입하지 않으면 알 수도 없는 은밀한 가게로, 댄스 플로어에 헐벗은 여자 댄서들이 올라와 춤추는 곳이었다. 사장은 거래처 사람을 모시고 가 무대 바로 앞에서 술을 마셨다. 물론 타카히로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사장이, 거래처 사람이 보는 앞에서, 타카히로에게 ‘무대에 올라가서 댄서 여자와 스킨십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거역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은 타카히로는 한동안 얼이 빠져 보였다고 한다.
또한 그 회사에서는 지방 출장을 가면 남자 상사들의 호텔 방에 후배들이 알아서 성매매 여성을 한 명씩 들여보내야 하는 문화가 있었다. 기혼 여부와는 무관하다. 언니가 이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지방 출장에서 하루 묵고 난 다음날 조식 자리에서 선배가 남자 동기에게 ‘어제 걔는 너무 살쪘더라. 다음부터 신경 좀 써라’라고 말한 것을 들었을 때라고 한다.
.
.
.
내가 일본에서 취업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