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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Nov 08. 2022

‘성매매 해봤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

feat. 체스터 브라운 - 유료 서비스

남자들에게 ‘성매매를 해 봤어요?’라고 물으면 겸연쩍게 웃는 사람도 있고,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요’라고 즉답하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모두가 황당하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 성을 구매하는 쪽은 압도적으로 남성의 성비가 높기 때문에, 여자가 이 질문을 들으면 ‘업소에서 일해봤냐는 뜻인가?’라는 의구심조차 들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런 질문을 들으면 당연히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성매매를 해 봤어요?’라는 질문은 ‘모르는 사람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대금을 치렀어요?’라는 뜻이다. 인간으로서 참으로 우울하고 추잡한 짓이 아닌가.


어쨌든 이 질문을 했을 때 듣게 되는 대답은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아니요’ 일 것이다. 이어서 ‘왜 안 해봤어요?’라고 물어보자. 그러면 ‘돈 아까워서’, 혹은 ‘더러워서’라는 대답이 가장 흔히 돌아온다. 인류애가 파사삭 사라지는 순간이다. 너무도 당연히 ‘우울한 짓이니까’가 정답 아닌가? 그들은 성매매 여성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물건을 대할 때처럼 돈이 아깝다거나 더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럽게 남이 신던 신발을 왜 사요? 정도의 뉘앙스다.


체스터 브라운의 <유료 서비스>라는 책이 있다. 작가 본인의 성매매 경험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에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착같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본인이 좋은 사람임을 은근히 강조하며 이상적인 성매매 세계관을 구축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자신은 매너 있게 거래하는 구매자이며, 성매매 여성들도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하고 싶어서 직업으로서 선택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만화를 보며 나는 체스터 브라운도 성매매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성매매 여성을 물건, 혹은 바보 취급한다. 그 책을 읽는 내내, 그에게 있어서 여자는 ‘섹스 자판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성매매 종사 여성이 우울하지 않고 그 일을 하려면 깊은 사고 능력의 부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마 그도 알았겠지만 굳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체스터 브라운이 자신의 성 구매 경험을 본명으로 까발림으로써 용감한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동안, 거기 나오는 성매매 여성들은 수많은 익명의 멍청이가 되었다.


물론 나도 그의 예술적 기질은 높게 평가한다.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과 예술성은 별개니까. 다만 그가 정밀한 정신감정을 받는다면 그의 인간성의 결여를 설명하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뇌에서 동정심을 담당하는 부분이 고장 났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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