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며 개인적 이득 꾀하기
요즘 애들 책 진짜 안 읽는다.
학원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나이가 어릴수록 독해 속도와 문해력이 떨어짐을 확연히 느낀다. 학생들은 제 입으로 ‘책을 아예 안 읽는다’고 고백하곤 한다. 꽤 똑똑해 보이는 학생들도 의외로 책에는 관심이 없다. 어릴 때부터 뽀로로 동영상만 들여다보며 자라서 책 읽는 걸 지루하고 귀찮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 시험 시간 안에 지문을 다 못 읽는 일도 흔하고, 수험생인데 간단한 사자성어나 관용 표현을 모르는 아이도 많다(‘심심한 사과’의 뜻을 모르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외국어 공부 시간인데 우리말 의미도 같이 가르쳐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왕왕 있는 것이다.
독해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아이들이 독서의 재미를 모르고 사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한번은, 그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호밀밭의 파수꾼>이 참 재미있으니 꼭 읽어 보라고 권했다. 학창 시절에 공감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미바테 파소콘이요?’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파소콘’은 일본어로 ‘컴퓨터’라는 뜻이다) 그 책 제목이 귀에 너무나 생소한 나머지 아이들은 내가 일본어로 말하는 줄 안 것이었다.
도대체 <호밀밭의 파수꾼>도 모르는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이미 고루한 옛날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인가?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고전 도서의 멋짐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게 되었단 말인가?!?!? 아니,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언젠가는 샐린저의 책이 더 이상 고전이 아니게 되는 시대가 오더라도 최소한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그들과 열 살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음은 차치하고, 나에게 그렇게 절절한 감동을 주었던 책들이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을 리가 없다.
나는 ‘제목은 좀 지루해 보일 수 있는데, 이 책에 호밀밭 안 나와요’라며 구차하게 책의 매력을 어필했다. 헤르만 헤세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밀란 쿤데라도 모르는 그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소개하면 되는 걸까. 어떻게 설득해야 그들이 흥미를 느끼게 될까. 평소에 남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나지만,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다소 강압적인 권유를 참지 못하겠다. 거기에는 솔직히 내가 장차 작가가 되려면 그 세대 아이들이 책을 좀 읽어 줘야 한다는 계산도 들어있다. 세대 전체가 책을 저렇게 안 읽어서야 어떻게 출판업계가 유지되겠는가. 제발 책 좀 읽어주라… 나 출판 작가 되고 싶다. 이제는 창작을 하고 싶으면 정말 웹툰만이 답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