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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Dec 10. 2022

카페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수다

도깨비장난에 홀린 이야기

친구와의 약속 장소인 카페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카페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고양이가 나를 보고 펄쩍 뛰며 비켰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자리에 앉으며 친구에게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대화가 들렸는지 불현듯 옆 테이블 아저씨 한 명이 말했다.


“나 어렸을 때는 몸이 쑤시면 고양이 삶아먹고 그랬어.”


?! 나와 친구는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서 들려오는 이야기.


“동물은 키울 게 못 돼. 그리고 동물병원 그놈들 완전히 사기꾼이야. 옛날에 우리 개가 아파서 데려갔더니 진단이랑 약 처방만 해주는데 54만 원인가 나왔어. 뭐 치료해주는 것도 아니고.”


공교롭게도 친구의 직업은 수의사고, 때마침 동물병원 공고를 찾아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가 의도치 않게 저격당한 듯한 느낌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동물 이야기에 매진하던 두 아저씨의 화제가 갑자기 딸 이야기로 바뀌었다.


“우리 딸이 법대에서 맨날 3등 안에 들었는데 왜 법을 계속 안 하나 몰라.”


똑똑한 딸이 로스쿨에 가지 않아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그전까지 숨죽여 낄낄대던 나는 갑자기 웃음기가 싹 가셨다. 내가 다음 저격 대상이 되자 이제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다. 애초에 아저씨들이 순서대로 동물병원과 로스쿨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요상했다. 도깨비에 홀린 듯 묘한 기분이었다.


아저씨들은 ‘우리나라 검사들이 증거조작을 한다’, ‘여자 검사는 실적에 집착한다’는 둥의 맥락을 알 수 없는 주장에 한참 열을 올리더니 ‘커피 잘 마셨다’는 인사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정말 도깨비장난이었던 건 아닐까? 그게 도깨비들이었다면 꽤나 재치 있는 놈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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