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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Jan 07. 2023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

아~고등학교 때 승마 하셨구나!

살면서 자신의 부를 어떻게든 과시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나는 사실 엄청 많이 봤는데, 여러분은 어땠는지? 많이 가진 게 부럽다는 점은 차치하고, 왜 그들이 그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는지가 진정으로 궁금하다. 나라면 안 그럴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살았는데, 우리 집은 깡촌 치고는 잘 사는 축에 속했다(서울이었다면 그냥 평범한 수준이지만).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같은 반 애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심지어 대화 중에 ‘우리 아빠가 선생님이라서~’라고 말하면 ‘지금 너네 아빠가 선생님이라고 자랑하는 거냐’며 발끈 화를 낸 아이도 있었다. 학년에서 부모님이 대학을 나온 집은 나를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몇 번 위와 같은 말실수로 미움을 사고 교훈을 얻은 뒤로는, 내 말이 잘난 척으로 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게 되었다. 한 번은 내 방 책상 위에 기념으로 두었던 뮤지컬 티켓에 가격이 적혀 있어, 반 친구가 놀러 왔다가 이렇게 비싼 걸 왜 보냐며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 친구는 그 티켓 가격을 보고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 기분도 편치 않았고, 그때부터 소비에 대한 언급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고등학교를 도시로 가게 된 후로는 주변 아이들과 내 형편이 비슷해서 부모님이 대졸자라는 것은 극히 평범한 일이 되었고, 거기에서는 내 언행을 크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집안 사정에 여유가 없어 학원을 못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서 은연중에 돈 씀씀이가 드러날만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게 되었다. 내가 불평이랍시고 떠드는 얘기(과외 가기 싫다 등)가 남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의아한 일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내가 초등학교 때나 하던 실수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 학창 시절에 그걸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걸까? 심하게 눈치가 없는 걸까? 혹은 미움받는 편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는 걸까?


‘이번에 해외여행을 가는데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끊었다’, ‘부모님이 한남동에 집을 갖고 있다’ 같은 이야기는 고의적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아무도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다. 아무리 자랑할 기회가 왔다 하더라도 그런 오만해 보이는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결핍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쪽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 기싸움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싸움에서 지기 싫어서, 얕보이기 싫어서 자신의 소중한 자랑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허겁지겁 뭔가 꺼낸다. 그러나 자랑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되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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