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 돈 없는 수치
나의 첫 서울 월세방은 다섯 평짜리, 보증금 500에 월세 50이었다.
당시 24살이었던 나는 첫 회사를 다니며 스스로 매달 50만 원의 월세를 냈다.
그리고 매달 70만 원 정도를 저축했다.
사회초년생의 연봉으로는 그마저도 많이 애쓴 수준이었다.
그 후, 퇴사와 입사를 거듭하던 나는 겨우 들어간 대학원을 또 자퇴했다.
그 시기에 은퇴하신 아버지는 당신의 퇴직금을 모두 나에게 주셨다.
나는 부끄럽게도 그 돈을 모두 받았다.
비로소 월세 걱정 없이 전세로 살 수 있게 된 나는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전세 7500짜리 방은 7평이었고 화장실은 겨우 서 있을 정도로 좁았지만,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했다.
그런데 월세든 전세든 방을 구하는 과정이 서럽기는 매한가지임을 아시는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젊은 손님이 혼자 오면 일단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로 간주하고 후려치기부터 한다.
나는 “손님 예산으로 지금 원하는 조건의 방은 지하 50층 가도 못 구해요”라는 말까지 들어봤다.
당시 내가 원한 조건은 채광이 있을 것(앞 건물로 창밖이 막혀 있거나 북향이면 안 됨), 2층 이상일 것(안전을 위해), 7평 이상일 것, 이 세 개였다.
그리고 당시 내 예산은 전세 8000 정도였다.
그 중개업자의 잔인한 조롱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이 다른 방들을 보러 다녔고, 결국 전세 7500에 위의 세 조건을 만족하는 집을 찾아냈다.
정말 슬픈 사실은 저들이 저리도 무시하는 ‘전세 7500’도 부모님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특권이라는 것이다.
나는 방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늘 생각했다.
‘저런 집에 사는 것도 몇천만 원이 필요하다면, 부모님 도움을 못 받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열악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길에서 고시원 간판을 볼 때면 늘 울적해진다.
저게 정녕 사람에게 살라고 만든 것이 맞나? 처음으로 고시원의 구조를 고안한 사람은 도대체 머리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일까? 그야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막돼먹은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 세태가 안타깝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 따위 세상, 인구가 줄어들어 남는 방이 많아지면
적어도 고시원에 살아야만 하는 사람의 수는 줄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