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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Jan 19. 2020

당신의 '파워 송'은 무엇인가요?

달리기 찬가#10.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 번 더'를 외치는 음악

글 쓰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엔 몸 쓰는 일을 즐기는 직장인. 대학생이던 2012년 무렵부터 취미로 러닝을 즐기고 있다. 이런저런 운동에 손을 댔지만, 결국 러닝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뛸 때마다 잡스런 생각을 하다 보니 러닝을 하며 가장 튼튼해진 건 마음. 달리며 얻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한다.


러닝을 할 때면 항상 이어폰을 챙겨 나온다. 러닝화 끈을 조이고 나서는 음악을 튼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발을 움직이다 보면 호흡도 한결 편안해진다.


그래서 여러 명이 달리는 행사나 대회에 참가할 때도 이어폰을 꼭 챙기게 된다. 어차피 달리는 동안엔 주변과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볼륨까지 한껏 볼륨을 키우고 달린다. 달리기가 주는 해방감이 더 커진다.


러닝을 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까? 어떤 음악을 듣으면 좋을까?


찾아보니 나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신경학적인 반응이다. 운동을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에 피로가 쌓이는데, 이런 증상들이 뇌로 전달될 때 우린 '힘듦'을 느낀다.


그런데 음악이 이 증상들이 뇌에 도달하는 것을 지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각 때문인지, 뇌의 또 다른 부분을 활성화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뇌를 속여서 조금 더 달리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평소보다 15% 정도 더 오래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음악의 박자, 즉 비트(beat)다. 많은 러너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으며 달릴 때 조금 더 힘이 난다. 음악의 박자가 심장박동(심박)과 '공명'하며 운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빠른 박자의 음악이란, 120~140 BPM 사이의 음악이다. 사람은 120~140 BPM 사이의 음악을 들을 때 본능적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다리를 까딱이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32 BPM,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이 140 BPM 수준이다.


BPM = Beats Per Minute의 약자
비트를 1분 단위로 측정했을 때 몇 번의 박자가 반복되는지를 나타낸다.


심박 역시 BPM으로 표현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120~140 BPM 신체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구간이라고 한다. 한창 달리고 있을 때의 심박도  구간을 오가는데, 이와 비슷한 BPM 음악을 들으면  그대로 '리듬에 몸을 기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헬스클럽 등 운동을 하는 곳에서 이른바 이런 음악이 늘 울려 퍼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리듬 위에 몸을 얹으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되고, 음악이 이끄는 만큼 다리를 더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힘이 안 들지는 않다.


덕분에 각종 음악 앱에는 120~140 BPM 사이의 음악을 모아둔 '러닝(조깅) 할 때 듣는 음악'이라는 플레이리스트가 많다. 일렉트로닉, 힙합 음악 등이 리스트에 많이 올라 있다. 평소 즐겨 듣지 않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즐겨 듣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곡들도 꽤 있다.


그래서 우선은 듣는다. 일정한 리듬으로 쿵쿵거리는 박자만으로도 내 달리기에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는 내내 가사도, 흐름도 모르는 노래를 주야장천 듣는 게 꽤 곤욕일 때가 있다. 평소 즐겨 듣는 장르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절충점으로 찾은 것이 한두 곡의 '파워 송'(power song)이다. 마지막 1km를 위한 음악이다. 이어폰을 통해 음악이 귀로 흘러들어올 때 힘이 샘솟는 그런 노래다.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옆에서 누군가 "하나만 더"라고 끊임없이 외쳐줄 때, 아령을 한 번이라도 더 들어 올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운동용 음악'의 모든 문법과 맞지 않아도 좋다. 발라드, 락, 힙합 등 장르를 불문한다. 한없이 느린 클래식도 좋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이라면 파워 송으로 충분하다. 가사도 모두 외울 정도이고, 음악의 전개까지 모두 꿰고 있다면 더 좋다. 힘과 용기(?)를 주는 가사라면 좋지만, 아니어도 좋다.


굳이 마지막 순간에 듣지 않아도 좋다. 달리는 중간에라도 힘이 들 땐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들이면 무엇이든 파워 송이 될 수 있다. 정말 힘을 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내게 힘을 주는 음악이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파워 송 리스트 역시 언제나 바꿀 수 있다.


어떤 러닝용 앱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금 재생 중인 곡을 중단하고, 내가 정해둔 파워 송을 바로 재생해주기도 한다. 앱을 쓰지 않는다면, 한두 번의 터치로 노래가 재생될 수 있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일상에서도 파워 송 하나 둘 쯤을 정해두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기분이 울적할 때 기분 전환용으로, 급히 마무리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한 노동요 격으로 한두 곡쯤 정해두면 어떨까.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던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필자의 요즈음 파워 송은 2007년 발매된 T.A-COPY의 'Glory Days'이다.


오늘은 그대의 날 오늘은 우리의 날
어제보다 아름다워진 당신과 나의 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 순간
My glory days


(끝)


Tip. 러닝과 함께 할 음악을 고르는 법

속도에 맞는 노래를 찾기 위해선 시간당 속력을 보폭으로 나눈 값과 유사한 BPM의 노래를 찾으면 된다.

ex) 시간당 8km를 달리고 싶다면? 8 / 0.06 = 148

속도도 중요하지만 템포의 변화가 많지 않은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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