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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Feb 06. 2017

황교안이 출마한다면?

대통령 권한대생! 뒷일은 ㅇㅇㅇ에게 맞긴다?

대선이 코앞이라는데, 정치 기사는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부 발령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참 정치부 기자가 공부하며 쓰는 정치 용어 사전. 아는 만큼 쓸 수 있고, 아는 만큼 보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포스팅.


대선주자 지지도 2017.2.5, JTBC 캡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16.0%를 돌파했다. 순위는 전체 대선주자 가운데 두 번째. 출마 선언도 안 했고 소속 정당도 없어 회색으로 표시되지만 당당히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작에 출마 선언을 하고 대선행보에 나선 다른 후보들이 민망해진다. (출마 선언 안한 두 사람만 1,2위를 지키는 위엄...)


정치권에서는 20.0%쯤 되면 굳이 자기가 나온다고 말하지 않아도 사실상 등떠밀려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군불에 달궈진 구들장에 엉덩이가 움직인다나 뭐라나...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출마 하고 싶다고 해도 바로 출마할수는 없다. 그의 신분이 공무원이기 때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 - 공직선거법 53조 1항 


그가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면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몸이 되면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즉 총리직을 사퇴하면 된다는 말이다. 만에 하나 조기대선이 이뤄져도 예외조항인 공직선거법 53조 2항에 따라 선거일 30일 전에만 공직을 사퇴하면 된다.


즉, 탄핵 인용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 권한대행도 총리직을 내던지고 나온다면 충분히 대선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일어설까? 말까? /사진=뉴스1
궐위 : [명사] 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또는 그런 자리.


대통령이 궐위(부재, 자리에 없음)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지금이야 대통령이 탄핵 소추중에 있으니 '임시 권한대행'이라고 친다고 해도, 만약 탄핵이 되면 진짜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벗어던지고 출마를 선언하면 어떻게 될지 알아보자.


 총리직 셀프 사임


사실 권한대행은 추가적인 직책일 뿐, 황 권한대행은 아직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다.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것도 권한대행직이 아니라 '국무총리'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황 총리는 권한대행을 겸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렇다. 황 권한대행은 (총리 자격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이를 수리해야 한다. '셀프 사표-셀프 수리'라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다음 권한대행은 누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은 헌법 제 71조를 따른다. 국무총리가 무조건 1순위이고, 이후는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대로.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71조

그리고 법률이 정한 순서는 △국무총리 △부총리 △대통령 지명 국무위원 △(지명이 없을 시)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장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외교부장관 ... 순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다. 그러므로 황 권한대행이 총리직을 사퇴할 경우, 자연스럽게 다음 순번인 유일호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맡게 된다. 

내..내가? /사진=뉴스1

또 황 권한대행이 만약 사퇴하게 되면 그는 '셀프 사표'를 수리하기 전 자신의 후임인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 임명장도 수여하는 희안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요상한 절차가 완료되면 유일호 장관은 무려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라는 길고 멋진 직함을 물려받게 된다.


유 장관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의 조직과, 조직의 장이라는 것은 각자의 임무에 맡게 나눠둔 것인데.


이것을,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물려주고 물려받는 일이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들 과연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찌됐건 대통령이란 세 글자가 너무나 가볍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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