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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Sep 28. 2024

나의 유학파 프렌드

 혁준은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잠깐 갔다 온 적이 있다. 자신은 시시한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공항으로 떠났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중1 겨울방학에는 열심히 사전 교육을 들었다. 그때 자기가 배운 영단어를 써먹으려고 말끝마다 영어를 섞어가며 웃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의 웃음소리는 날카롭고 새되다. 마치 모든 것이 하찮고 우습다는 듯이 흘리는 실소같기도 하다. 그의 머리는 거의 항상 긴 장발 스타일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거의 고정이 되다시피 했다. 그의 풍성한 옆머리와 구렛나루는 다른 남자 학생들이 나도 길러볼까? 라는 마음을 먹게 하곤 한다. 나는 그가 내 친구인게 자랑스럽다.


  그는 담배를 달고 살면서도, 언젠가는 꼭 끊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의 키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멈춰있기 때문이다. 그의 키는 160 중반으로 평균보다는 약간 작다. 그런데 자신은 이제 키가 크지 않을 거라고 자주 말한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꼭 담배를 끊어서 대학생 때는 꼭 여자친구를 사귈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것 때문에 담배를 끊는 것보단 키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끊어야 된다고 그랬다. 그러나 그런 말을 귓등으로 듣고, 항상 점심 시간 이후, 그리고 저녁 자습 시간 이전에 나와 걸으며 적어도 한 대씩 피운다.


  나는 그가 꽤 잘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에서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그가 키가 조금 작은 것과 얼굴에 여드름이 약간 많은 것 빼고는 여자들도 좋아할 얼굴이라고 들은 적이 꽤 있다. 그에 비해 나의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없고, 내가 잘할 줄 아는 건 펜을 굴리며 시험 문제를 맞추는 것 정도이다. 내가 운동도 젬병인 것에 비해 혁준은 만능이다 싶을 정도로 스포츠를 즐긴다. 축구를 특히 잘한다.


  나는 그가 유학에서 돌아온 다음 날 학교에 그가 앉아 있는 자리에 찾아갔다. 그는 나를 보며 반가워하며 웃는다.


  "명석 와썹?"


  혁준은 이전의 것과 같은 새된 소리로 웃는다. 그리고 나는 영어 좀 늘은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 이후에 있었던 일은 내가 혁준에게 영어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혁준 이거 어떻게 발음하는 거냐. column"


  "칼러엄"


  나는 그 발음을 물어본 김에 많은 걸 물어보았다. 영어는 왜 그렇게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 알기 어려운 거냐고. 발음기호가 없으면 어떻게 하는 거냐고.


  "영어라는 언어가 원래 쉿(shit)이라서 그래"


  나는 그날 혁준에게 들은 것을 빠짐없이 기억한다. 영어는 원래 발음과 표기가 가장 불일치하는 언어 중에 하나라고 했다. owl(아울)에서 b를 더하면 '바울'이 아니라 '보울'이라고 그런 것을 몇 가지 보여주며 자신은 이런 걸 수도 없이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어느날엔가 학원에 있을 때 혁준이 자습실에 있을 때 부른 적이 있다. 혁준은 별 시덥잖은 일로 나를 불러 이야기하고 재미있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자주 하는 농담을 던진다. 나는 항상 그렇듯 그러려니 한다. 내가 조금 지겨워하는 낌새를 눈치챘는지 혁준이 한마디 하려는 것 같다.


  "명석아"


  나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자꾸 뜸을 들이는 혁준의 말을 듣고 있다.


  "혹시 내가 너무 귀찮게 해서 싫은 거 아니지?"


  나는 아니라고 했다. 당연히를 붙이려고 했지만, 그것은 내가 보기에 사족인 거 같고 내 자존심도 있다.


  "그래"


  혁준은 어깨동무를 하더니 그 길로 자습실로 나와 함께 향한다.



https://youtu.be/SnQ0E-UVt1g?si=YGA89kwiMTFFKo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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