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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an 23. 2024

즐길 수 있는 세계

빅파이브(Big five)이론 중 내향성 탐구

  고등학생 시절 반 전체가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다. 오랜만에 단체로 외부에 나가는 것이라 다들 들떠 있었던 게 기억 난다. 놀이공원 안을 쭉 둘러보니 어떤 놀이기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있었다. 사실 선뜻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중에 의자에 앉아 아파트 25층 높이에서 자유 낙하의 속도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이름은 자이로드롭이다. 자이로드롭은 내려갈 때 300m는 떨어진 거리에서도 빠른 속도로 바람이 불었다. 주변에서 그 바람이 불때마다 나는 실로 자이로드롭의 위압감에 긴장했다. 같이 다니던 친구들의 의견으로 자이로드롭을 기다리는 줄에 섰을 때, 손이 긴장으로 차가워졌다. 줄이 점점 줄어들때마다 손과 얼굴이 창백해져서 친구들이 알아볼 정도가 됐다. 자이로드롭을 결국 타게 되었을 때 어떠한 생각도, 다른 감정도 들지 않았다. 단지 땅보다 하늘이 더 잘 보이는 높이로 올라가면서 공포감만을 느낄 수 있었다. 내려오고 나서 든 생각은 살면서 내 의지로는 다시는 타보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감정의 역치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보다 한참 어릴 때 자이로드롭을 밥 먹 듯이 타고 또 탔다는 친구 장의 경우를 볼때 뭔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정의 역치에 대해서 읽었을 때 무릎을 탁 쳤었다. 사람 모두에게 감정 자체는 거의 똑같이 적용된다. 기쁨을 느끼든, 슬픔을 느끼든, 공포감을 느끼든 신체의 반응은 거의 비슷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혹은 평소보다 더 크게 느끼게 되는 정도의 자극은 각 사람마다 다르다. 즉, 공포라는 감정이 발현되기까지의 최소한의 자극이 다르며, 공포감이 계단식으로 점차 커지게 될 때 각 단계의 시작점마다 필요한 자극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람이 각자 최초로 반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극과 단계적인 반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을 '역치'라고 한다. 



  역치가 중요한 이유는 이를 두고 내향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자극에 대한 역치가 작아서 쉽게 느끼고 쉽게 반응한다고 한다. 고통, 슬픔, 불안, 공포,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역치가 낮은 것, 즉 반응성이 높은 것을 두고 특히 '신경성'이라고 한다. 일상적으로 쓰는 예민하다는 말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신경성이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학설마다 의견이 조금씩 갈린다. 성격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외향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감정을 더 쉽게 느낀다는 이론도 있고, 외향성이 위험을 선호하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등 다양하다. 그런데 심리학계에서 입을 모아서 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성격유형 자체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며 외/내향성은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빅파이브로 불리는 성격유형인 개방성, 친화성, 신경성, 성실성과 함께 외/내향성은 가장 연구가 많이 되고 있으며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주제라고 한다. 빅파이브는 mbti와는 사뭇 다르게 가장 공신력있는 성격유형 5가지를 모아놓은 이론을 말한다.



  내향적이라는 것은 결국 감수성이 높다는 말과 비슷하다. 또한 자이로드롭을 타는 것과 턴테이블로 lp를 듣는 것 중에 무엇을 더 즐길 수 있는지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내/외향성의 스펙트럼은 각자 다르니, 내가 즐길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특히 내향적이라면 무엇이든 민감하게 반응하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과 다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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