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 지망생이다. 지망생이란 어떤 활동을 업으로 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느덧 나에게는 친근감 있는 필명도 생겼고, 잘 읽었다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사람도 감사하게 많이 찾아왔다. 덕분에 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을 뜻깊고, 충만하고, 기쁘게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언젠가부터 나에게는 난데없는 소명의식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 나는 예전부터 꿈이 작가였어. 고등학교 때만 해도 매일 일기를 썼잖아. 언어영역은 공부를 안 해도 고득점이었고… 같은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한 자신감이 잠깐 들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가 믿는 바는 다음과 같은데, 그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비전을 이루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어떤 것이든지 간에 합당하고 선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화면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기꺼이 준비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망생에게 자신의 준비기간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번 상상해 보기를 권한다. 아직 의예과에 다니고 있는 의대생이 있다. 그는 졸업 시험과 함께 의대를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남자라면 군의관으로 제대해야 마침내 원하는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이상 많은 기간을 거칠 필요 없이 학교에서 받은 성적으로 이미 의술과 전문지식을 인정받아 갑자기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대한의사협회에서 통보받았다면? 아마 그 의대생은 처음에는 뛸 듯이 기쁠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는 가수 지망생이다.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후에, 집에 우체부가 와서 등기 우편을 전달해 주는데, 모 대형 소속사의 이름이 발신란에 적혀있다. 과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날 나는 규모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종류의 일을 겪었다. 바로 매일매일, 스마트폰 알림 창에 나타나면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는 브런치스토리 알림이 또다시 울렸다. 그런데 내용을 확인해 본 나는 아주 놀라서 들뜬 마음이 되고 만다.
작업 제안 목적으로 xxxx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로 확인해 주세요.
처음 겪어보는 일에 놀라고 들뜬 나는, 머릿속에 잭팟이 터졌고, 도파민이 마음껏 분비되어 춤이라도 출 기세가 되었다. 당장 주변 사람에게 연락해서 자랑을 늘어놓고 싶어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제안자의 계정에 들어가 봤다.
제안자의 프로필에는 낯선 이국의 여성 사진이 있었다. 구독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내 작품을 유심히 살펴본 건가 싶었는데 나 또한 구독자 목록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재빨리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요약해서 적혀있는 제안의 목적은 '프로젝트'라고 했다. 프로젝트가 무엇일까. 이쯤 해서 기대보다 의심이 비중이 커가기 시작한 나는, 애매한 제안 내용을 뒤로한 채, 회신을 썼다.
브런치스토리 작업 제안이 와서 연락드립니다. 어떤 작업물을 원하십니까? 영어로 소통해야 한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I can use English if you need. 감사합니다 …
친절하게 영어도 섞어가며 쓴 이메일을 보낼 때, 다시 기대감에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데뷔를 할 일만 남은 건가? 필명을 쓸까? 본명을 쓸까를 고민해 봤다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사실이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