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겨낸 벚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로 자신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잎을 내고 광합성을 하는 것 대신, 남은 에너지를 쏟아내 씨를 뿌리는 것을 택한 것이다. 매화와 목련도 마찬가지다. 봄을 알리는 흰 꽃들은 월동을 마치고 잎보다 꽃을 먼저 낸다. 가지마다 터질 것처럼 하얀 꽃을 피워내는 그들을 보면 비록 영하의 날씨에도 곧 봄이 오는구나, 알게 된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다. 법정스님의 유명한 말처럼, 어쩌면 그들과 같이 존재를 걸고 새 시대를 맞이하는 누군가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만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봄이 찾아오는 3월의 첫날, 3·1 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며 시를 썼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해방의 봄이 찾아오기를 숨죽여 기다리지는 않았을까. 고문을 당하고 등에 푸른 피멍이 들면 죽음이 두려워 몸을 낮추고 살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당대 많은 '지식인'들이 그러했듯 일제의 식민 교육에 길들여져 친일과 매국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며 호의호식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두려운 생각을 거치고 나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숭고한 정신에 존경심이 절로 든다. 또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주권을 가진 한 국민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은 어떤 것일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