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요 모양이다
인용구
초생初生달이라 했다
이 생, 저 생이 이승 저승 된 것처럼
처음 사는 달이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백세 인생, 월령을 따르면 상현 무렵
하지만 사는 건 아직도 초승 같아
여전히 나는 요凹 모양이다
삐죽거림을 감추지 못하고
어두운 면도 자랑인 양 내보이지
나이가 들수록 드러나는 밑바닥
그 황량한 바다까지 사랑할 수 있나
살아온 만큼 더 살고 난 뒤엔
망했다, 말고 보름찼다고
화난 것 없이 환하게
말할 수 있을까
달이 웃는다
나를 보고 배우라며
어제보다 더 크게 웃는다
밤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데에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우주의 시간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불과한 내 삶도 달을 벗삼아 늙어간다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계절로 따지면 초여름, 월령月齡으로 따지면 상현인 내 나이. 미지의 어둠으로 가려져있던 내 모습을 매일 새롭게 발견하며 앞으로 더 찬란해질 것을 믿는다.
보름달의 한자어 망월은 당연하게도 亡(망할 망)이 아닌 望(바랄 망)을 쓴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이유도 그것에 있을까. 이 생, 저 생이 이승 저승 된 것처럼. 초생이 초승 된 것처럼. 바람도 보름이 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