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원근감에 대해 생각하오.
초점 거리(focal length)의 유한함으로 우리가 겪게 되는 수많은 착각에 대하여. 이를 테면 나는 어젯밤에도 하늘에 flickerl는 픽셀 하나가 바람에 스치운다고 생각하였소. 그것은 사실 이 땅보다도 크고 오랜 가스 덩어리란 것을 배웠음에도, 빛의 속도로도 생애에는 닿을 수 없는 그 먼 것을 나는 “작은 별 하나”라 부르려 했소.
모든 것이 가깝게 느껴지는 요즘이오. 사선(deadline)은 하루의 속도로 매일 가까워지고, 나는 오늘도 달력에 사선(斜線) 하나를 그었소.
나는 깊이(depth, 深)를 연구하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고백하면 깊이 잠에 드는 법조차 잊게 되었소. Go back 하면 深보다도 내 心이나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소. 무엇을 기피하여 이 길에서 헤매는 것을 선택했는지. 내 초점 거리의 유한함을, 안경으로도 고치지 못한 근시안을 나는 내심 원망하오. 고개를 들어 원망(遠望)하면 그저 아득하오. 이 끝없는 괴로움의 끝이, 평행선이 만나는 소실점에나 있을 것만 같소. 그것에 가끔 소스라치오. so sratchio, pistachio와 발음이 비슷하지요.
3D 객체 탐지(3D object detection)는 시야의 사물을 인식함에 있어 그 정체와 위치, 다시 말해 대상과의 거리를 추정하는 문제요. 나는 요즘 모든 것과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오. 예컨대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한때 나의 동료였소. 이제는 멀리서, 당신의 앞길을 응원하며. 당신이 동료에서 옛 동료로, 이내 배경(background)으로 범주가 바뀌기를 기다릴 뿐이오. 내일이 다가오는 만큼 어제는 내게서 멀어지고, 가까웠던 사람도 그만큼 멀어지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직 어렵소. 나는 학습되지 못한 모델이오.
이러나저러나 졸업의 순간은 다가오고. 나는 지긋지긋하게도 여전하오. 학위의 의미를 생각하면 두렵소. 졸업(卒業), 거창할 것도 없는 졸의 업이지만. 그로 인해 가까워지는 것과 멀어지는 것을 헤아릴 때면 머무르고 싶소. 뭐 하나 무를 수 없는 것이 나는 두렵소.
나는 요즘 원근감에 대해 자주 생각하오. 멀기만 한 미래와, 멀어져가는 과거에 대하여. 당신과 나의 거리에 대하여. 가깝다는 이유로 크게 느껴지는 것들과, 멀어지면 영영 작아지는 것들에 대하여. 거리감에 있어 내가 갖는 착각들에 대하여.
또 다시 졸업식 시즌이다. 대학에 들어와 벌써 많은 졸업식을 보았고, 많은 선배들, 친구들, 심지어 후배들에게도 안녕을 말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나도 학위복을 입고 있겠지,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