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내가 태어난 지 만 번째 날
오늘은 내가 태어난 지 만일(10000日) 째 되는 날이다. 누가 그런 기념일을 챙기냐고 묻는다면 좀 부끄럽지만... 매년 있는 일도 아니고, 생에 한 번 있는 날인데 챙길 수도 있죠. 사실 친구놈이 모태 솔로 10000일 달성을 축하애도하는 것을 보고 나도 계산을 해봤는데, 하필 그 날이 잊기 힘든 4월 16일 바로 다음날이어서 이렇게 기억하게 됐다. 변명하는 것 좀 보게, 부끄럽긴 한가 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십만일은 못 살 것 같아서. (273살? 불가능;) 남은 생애 동안 이제는 살아온 날들을 다섯 자리 숫자로 표현해야 한다는 게 제법 큰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까마득한 옛날 백일 잔치를 했을 때 나는 고작 1%를 산 셈이다. 우와... 그런데 한편으로는 만일이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30년도 안 되는 시간. 대략 한 세대(世代). 이제는 결혼을 하고 내 아이의 첫 하루를 선물해주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이렇게 생각하니 또 아득하다. 다른 단어보다 "벌써"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태어난지 10000일차. 그런 하루다.
아무튼, 만일절 축하해. 내가 만일,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중 한 번이라도 죽는데 성공했다면 보지 못했을 오늘. 수많은 가능성 중에 내가 살아낸 만일의 궤적을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다.
노래 한 곡을 들으면서 축하하기로. 화나(Fana)는 천재야, 어떻게 지금 내 나이에 이런 곡을 썼지?
꿈처럼 또 난
그 철없던 날의
근처로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