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몰라 이곳에 편지 남깁니다.
친애하는 산타 클로스 선생님께,
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썼을 때, 저는 지금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으니까요. 그때에는 할아버지라고 선생님을 불렀던 것 같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이런 호칭이 반드시 공손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어른다움으로 너그러이 양해해 주셨던 것에, 뒤늦게나마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조금 어떠셨는지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과 기쁨을 나눠주시느라 정말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로 인해, 저희 동네에 머무르신 시간도 점점 짧아질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좌우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 성탄절은 내년에 생각하고, 얼마 남지 않은 연말만큼은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제게 선물은 주시지 않으셨더군요. 서운하진 않습니다. 이제 저는 아이가 아니니까요. 내돈내산, 갖고 싶은 물건을 번 돈으로 직접 사는 기쁨도 배웠습니다. 이제는 주변에 선물을 주기도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끼는 후배에게 양품 다이어리를 선물했어요. 그 녀석의 2026년에 행복한 하루하루가 기록되기를, 축복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골랐습니다. 기분이 제법 괜찮더군요. 유치환 선생님의 <행복>이라는 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올해 많이 울었습니다. 신기하지요. 어린 나이에는 "울면 안 돼" 스스로 되뇌며, 눈물이 날 것 같아도 꾹 참으며 선생님을 기다렸는데, 막상 선생님과 소원해진 뒤로는 오히려 잘 울지 않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연말은 조금 많이 힘들었네요. 선생님은 다 알고 계실 테니, 굳이 자세히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원래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이유를 주위에 다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겪고 있는 문제를 말로 정리하면 생각도, 복잡했던 마음도 정리할 수 있었고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엄살도 피우고 응석도 부리면, 그것을 이겨낼 힘을 얻곤 했습니다. 저의 약한 모습을 내비치는 데에 두려움은 크게 없는 편입니다. 내 사람들에겐 다 보여주고 싶어요. 쉽게 실망해 떠날 사람들은 아니어서요.
그런데 지금 겪고 있는 일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밀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더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과묵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그러나 그것이 저를 지키는 일이고, 그들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침묵하는 법, 티 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어른이 되는 과정 같아서 잘 견뎌보려 합니다. 외로움도, 잘 견뎌보겠습니다. -라고 또 떠들고 있네요. 이 편지를 쓰는 것부터가 아직 무르고 미숙한 사람이란 뜻이려나요, 하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죠. 선생님께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선생님, 오랜만에 연락드린 이유는 딱 하나 궁금한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다 알고 계시잖아요.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산타 할아버지, 저는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요. 제가 뉘우치는 저의 잘못은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나요. 애초에 저는 착한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던가요.
최근 너무 힘들어 기도를 드렸는데, 제 신앙이 부족해서인지 끝내 답은 받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면서, 선생님께도 답장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이해합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아지겠지요.
저는 세 밤만 더 자면 서른 살이 됩니다. 신년에는 울지 않도록, 더 착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아니,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요. 제가 저를 조금 더 사랑해보겠습니다.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랑을 담아,
구인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