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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 - 냉면 이야기

8월 넷째 주 - 서울 (1) 필동면옥 평양냉면

by 인용구

이번 방학 동안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 말 그대로 전국 팔도를 두루 다녔지만, 의외로 가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수도권, 서울·경기 지역이다. 본가가 경기도 하남시에 있고, 어릴 적엔 서울 시민이기도 했던 터라 서울은 내게 '관광지'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무의식적으로 여행지를 선정할 때 계속 지방으로 눈을 돌렸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서울을 한 번도 안 갔다는 말은 다시 말해 이번 여름 내내 집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6월 디펜스가 끝난 직후에 잠깐 들르긴 했다.) 이거... 불효자인데? 그런 까닭에 이번 여행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로 정했다. 숙소 예약이 필요 없어서 편했다. ^^


그렇다고 본가에만 머무르는 것은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글 쓸 소재도 못 되기에. 하루는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모처럼 서울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불러서 알차게 놀았다. 집에 가는 날 즉흥적으로 연락했는데도 여러 명이 모여주어서 기뻤다. 나 친구 많네..



평양냉면 좋아하세요?


친구들과 점심에 평양냉면을 먹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K대 수학과 대학원에서 이번에 졸업한 K가 평양냉면에 은근 진심이다. 톡방에서도 종종 냉면 원정대를 꾸려 다니더니,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점심 메뉴로 평양냉면을 들이밀었다. 늘 원정대에 한 번쯤은 동참해보고 싶었던 나였으므로 기꺼이 환영이었다.


평양냉면은 약간 '미식의 진수' 같은 이미지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식의 조건 - 너무 직관적인 맛은 안 된다. 홍어나 소주처럼 호불호가 크게 갈려서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사족을 못 써야 한다. (그러니까 소주도 미식인 거죠??) 약간 '너희들은 이 맛을 모르지?'라고 어떤 미(味)적 허영심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평양냉면이 딱 그것을 충족한다. 누구는 아무 맛도 안 난다 하고, 어떤 사람은 육수가 걸레 빤 물 같다고 하는데, 또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이 뒤집힌 예찬론자가 되어버린다. 그럼 너무 궁금하잖아,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미치게 만드는지.


나는 평양냉면에게 '선택받은' 인간일까? 그 슴슴하고 오묘한, 애매한 맛에서 매력을 발견해 낼 수 있을까? 어려운 것을 이해해보고 싶다, 이것은 이과적 본능이다. 평양냉면을 정복해서 '맛잘알'의 칭호를 얻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


대전에서도 평양냉면을 시도해 보긴 했다. "사리원"이라는 유명한 가게가 둔산동에 있고, 신성동에 "숯골원냉면"은 K에게 인정받은 꽤 "legit한(찐)" 맛집이다. 특히 숯골원의 꿩냉면은, 조부모님이 이북 출신이라 늘 면옥에서 가족 행사를 한다는 후배 녀석에게도 "그럴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고수' 님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도 종종 혼자 가서 심심한 냉면을 공부하듯 먹었다. 만오천 원이면 수업료가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육향이 나는데? 맛이 있긴 한데? (맛있다랑 다름)' 라고 생각하는 단계에 이른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다.

숯골원 꿩냉면. 꼭 꿩냉면으로 먹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작 유명한 서울의 맛집은 가보지 않았으므로. '내가 먹고 있는 이 냉면이 진정한 평양냉면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경험할 평양냉면에 나는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평양냉면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맛집. 업계 표준의 맛과 내가 먹었던 무수한 냉면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가장 유명한 "우래옥"을 가려고 했으나, 하필 8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로 영업을 안 한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아니;; 한여름에 영업을 안 하는 냉면집도 웃기고, 그걸 뉴스에서 대서특필한다는 것도 우습다. 사실 안 웃기고 너무 아쉽다... 나는 진짜 2시간 웨이팅할 각오도 있었는데 말이지. 좌절하는 나에게 K는 대신 "필동면옥"을 추천했다. K와 몇 차례 방문해 봤다던 P도 반겼다. 흑흑, 저는 고수 님들만 믿고 갑니다.


지도를 보니 남산이 가깝기에, 오전에 산도 한 번 올라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맨날 아래서 보기만 했지 제대로 올라가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등산에 재미가 붙었던 터라 혼자 즐길 컨텐츠로 생각했는데, K가 동행하겠다 해서 함께 올랐다. P와 L, R(이니셜이다. Left Right 아님)은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남산이, 만만하게 봤는데 꽤 운동이 되었다. 한강진 역 쪽에서 올라가는 루트였다. 버스도 다니는 남산이니까 혹시 재미없는 아스팔트 길이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웬걸, 그냥 진짜 산이었다. 떠들면서 오르니까 숨도 더 많이 차는 느낌. 내가 먼저 가자고 했는데 K보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병아리 박사다운 저질 체력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애국가 2절에 나오는 소나무도 만나고, 산성도 구경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남산공원에 도착했다. "이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장소입니까?" 하며 관광객처럼 호들갑도 떨어보고, 팔각정이나 사랑의 자물쇠 같은 명소도 구경하면서 새삼 낯설어진 서울을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남산을 올랐을 때 엄청나게 계단이 많은 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못 찾았다. 내려갈 때는 그 길로 가고 싶었는데... 물론 K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버스를 탔다.

남산뷰와 남산에서 본 뷰
러브버그 같다는 나쁜 말은 노노

갑자기 남산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냉면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필동면옥은 충무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자마자 쭉 늘어선 대기줄에 깜짝 놀랐다. 줄 서있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이 속속 도착했다. 30분 정도의 대기 끝에, 기대를 품고 들어간 필동면옥. 좌석도 엄청 많았고, 사람도 많았다. 우리는 각자 냉면을 한 그릇씩 시키고 만두도 하나 놓았다. 제육과 수육이 반반 된다기에 고기도 추가로 시켰다. 냉면집에 웬 제육? 생각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빨간 제육이 아니었다. 그냥 돼지고기(猪肉)를 그렇게 부르나 보더라.


그리고 음식이 나왔다. 일단 만두는 15000원에 여섯 알, 솔직히 9000원 정도 받으면 딱 적당할 거 같지만 뭐 인정이다. 여럿이서 하나씩 맛보기로 먹기는 충분히 괜찮은 경험이었다. 근데 이제 3만 원이 넘었던, 제육/수육 고기가 진짜 너무 섭섭했다. 냉면 위에 올라가는 고명을 조금 더 썰어준 느낌이었는데, 진짜 내 손바닥 위에 다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심지어 그 맛도 그냥, 삐쩍 마른 양지고기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고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냉면 고명에 올라가는 얇은 고기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안다. 그러나 이건 육즙을 모두 냉면 육수에게 희생한, 말하자면 고기였던 것- 미라를 먹는 느낌이었다.


진짜 너는

물론 오래 씹으면 그 고기 특유의 맛이 느껴지기는 했다. 음, 소고기네. 돼지고기네. 가죽도 씹으면 맛이 난다. 그것을 3만 원이나 주고 먹을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이 양을 말이다. 같은 가격으로 무엇을 사 먹어도 이것보다는 만족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제대로 당했다... 필동면옥; 너무 어려운데?


물론 중요한 것은 냉면이다. 냉면만 맛있으면 다 용서해주려고 했다. (아냐, 그래도 고기는 진짜 선 넘었다.) 냉면의 비주얼은 그냥 무난했다. 앞서 보았던 고기가 한 점씩 올라가 있었고, 계란 반 알이 들어있었다. 국물이 그냥 맹물 같으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불투명한 느낌이었다. (고백하면 걱정보단, 기대에 가까웠다. 좀 더 기름도 안 떠있고 맑은 국물을 기대했다.) 특이하게 얇게 저민 파와 청양고추가 올라가 있었고, 고춧가루도 조금 뿌려져 있었다.


존박에게 배운 대로 일단 그대로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셨다.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렴풋한 미소가 나왔다. 평양냉면처럼, 복잡 미묘한 미소가.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미소의 이유를 따지자면 일단 첫째로 안도감 때문이었다. 맹물과 구분할 수는 있다. 맛을 느꼈다. (당연하지!) 그 은은한 맛이 내가 기대하고 예상하던, 그러니까 숯골원 냉면에서 먹었던 맛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껏 평양냉면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와 충돌하는 맛이었다면 나는 혼란스러워서 또 다른 비교군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는 않았다. 식당의 개성이야 있겠지만, 이 정도면 음식의 장르 정도는 이해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를 넣고 끓인 곰탕처럼 직관적인 맛은 아니고, 한 번 삶은 고기를 찬물에 오래 담가서 우려낸 듯한 맛. 좋게 얘기하면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지 않으면 낼 수 없는 맛이다. 저온추출 콜드브루 육수. 짓궂게 표현하면, 고기 씻은 물. 그래도 나는 좋았다.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있어서 매력은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둘째는 반대로, 살짝 실망의 쓴웃음이었다. 음, 그래.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냥 숯골원 냉면이 더 맛있는데? 숯골원 냉면의 넉넉하게 올라간 계란 지단이 완숙 반 알보다는 더 성의 있어 보였다. 평양냉면을 원래 꿩고기로 만드는지 돼지나 소고기로 만드는지는 내가 잘 모른다만, 숯골원 냉면이 이곳의 냉면보다 육향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더 많이 나면서도 특이해서 상대적으로 더 '별미'처럼 느껴졌다. 좀 다른 이슈긴 한데, 식기 때문일까 스뎅 냄새라고 해야 하나? 음식점 컵에서 가끔 나는 안 좋은 쇠비린내도 어렴풋이 느껴져서 좀 아쉬웠다. 또 간간히 씹히는 청양고추가 육수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다음에 오면 빼달라고 해야지. 다음이 있다면.


면발의 캐릭터도 조금은 달랐다. 숯골원 냉면은 메밀향이 그래도 오롯이 느껴지는, 약간 봉평에서 먹은 거랑 비슷한 느낌의 툭툭 끊기는 거친 면발이었다. 이곳 면은 향보다는 식감으로 승부를 보는 느낌이었다. 둥지냉면처럼 탄력이 심하진 않지만 씹으면 살짝 치아를 밀어낼 줄은 아는, 비유하자면 낚싯줄을 잘 삶으면(?) 나올 거 같은 독특한 식감이었다. 낚싯줄 하니까, 간혹 기성품 면 사리를 삶으면 약간 플라스틱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오해 금지!


응. 그래서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재방문 의사는 없음이다. 가끔 생각은 나겠지만, 군침을 흘리며 생각하진 않고 그냥 '그런 곳도 있었지,' 할 것 같은 맛이다. 그렇다고 내가 평양냉면이라는 음식 자체에 실망한 것은 아니다. 우래옥이나 을밀대, 평양면옥 같은 다른 유명한 집들을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필동면옥은 아주 지극히 개인적으로, 내가 '평양냉면은 여기지' 할 곳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고기만 안 시켰어도 평가가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 같긴 한데, 무튼.


그래도 경험 자체는 좋았다. 혼자 왔으면 제육/편육은 시킬 생각도 못했을 거고. 결국 실망하긴 했지만, 겪어보고 실망하는 것이 영영 모르는 것보다는 무조건 낫다. 이곳에서의 경험 덕분에 이제 '평양냉면은 무엇인가'에서 '맛있는 평양냉면은 무엇인가'를 논할 정도로 내 식견(食見)이 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짜로, 나쁘지 않았음. 냉면도 맛이 없다기엔 사리에 육수까지 추가해서 거의 리필로 1.5그릇을 먹어버렸다. (?? 저기요?) 진짜 설거지급으로 그릇 싹싹 비워놓고서 "평양냉면 무슨 맛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 라고 하니까 친구 놈들이 "웃기는 놈일세"하며 받아주었다. 뿌듯했다.

이게 무슨 맛이지... 잘 모르겠네..


여담이지만 평양냉면은 분명, 과대평가된 음식은 맞는 것 같다. 맛있거든요? 분명 나도 그냥 고깃집 물냉면보다는 평양냉면이 더 섬세한 음식처럼 느껴지고, 그것을 존중할 수 있겠는데. 그냥 식초 겨자 탁탁 쳐서 먹는 살얼음 동동 고기발사대 냉면도 평양냉면에 비해 엄청나게 저평가받아야 하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격이 거의 두 배 차인걸. 무엇보다 평양냉면을 좋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대하면 무슨 음식이든 맛이 없을까 싶긴 하다. 나도 앞서 미적 허영(ㅋㅋ) 때문에 정말로 평양냉면을 좋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필동면옥을 '역시 평양냉면'하며 올려치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을 이렇게 신랄하게 평가하는 스스로가 맛알못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혹시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에 반박함으로써 좀 더 맛잘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하는 심리가 기저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잠시 한다. 근데 그런 거 아니다. 나는 진짜로 기대가 컸다.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나의 맛집에 추가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슬플 지경이다.


냉면 완뚝이 증명하듯, 필동면옥은 분명 괜찮은 냉면집이다. 나는 맛있게 먹어놓고도 굳이 불평 한마디씩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반대로 조금 아쉬운 구석이 있더라도 맛있게 남김없이 먹는 사람이다. 식탐 많은 돼지라 그런 건 아니다. 배고파서 먹는 거 아니라고! 배고파도 싫은 음식은 안 먹고, 배불러도 시킨 음식은 안 남긴다고!!


그러니까, 변명하면 나는 예민하면서도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누군가가 애정을 가진 것, 정성을 쏟아 만든 결과물을 볼 때 그것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섬세함을 갖고 싶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디테일을 짚으며 엄청 칭찬해주고 싶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만든 결과물이 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 누군가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좋게 생각하고자 한다. 부족함은 죄가 아니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은 분명 나아질 것을 믿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진심이 느껴지면 그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화나는 지점은 이런 것이다.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결과물. 대충 속이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또는 다분히 악의적인, 포장이 느껴질 때. 본인이 느끼기에도 저질인 무언가를 뻔뻔하게 타인에게 상품인 것처럼 내놓는 것. 나는 그것을 흐린 눈으로 넘어가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몰라서 못 한 거면 실수지만, 알면서 안 하는 건 잘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말하지만, 필동면옥은 분명 괜찮은 냉면집이다. 맛있는 냉면을 판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육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리필해 주시고 (덕분에 진짜 배부르긴 했지만), 바빠서 그렇지 손님을 위하는 서비스 정신도 느껴졌다. 나를 화나게 하는 집은 아니었다. 음, 제육은 근데 그 양에 그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진짜로 생각해서 그렇게 파시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 돈을 주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보겠다. 내가 못 알아챈 맛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는 기꺼이 그 돈을 주고 맛있게 먹을 그 음식을 나도 이해해보고 싶다.


변명이 너무 길어져... 나의 예민함을 드러낼 때마다 조금 부끄럽고 죄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친구가 데려가준 맛집에서는 감탄하며 먹어주는 게 예의인데, 많아진 생각에 말없이 먹은 것 같아서. (그래도 툴툴대진 않았다!) 미안해~ K의 세계를 이해하긴 아직 내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합니다. 다음에 또 데려가줘!! 부탁드립니다!!!


서울 나들이를 글 두 개로 나눌 줄은 몰랐는데, 왠지 이쯤에서 쉬어가는 것이 호흡 상도 맞는 것 같다. 덕분에 진짜 평양냉면 이야기 하나로 글 하나를 가득 채웠다. 어휴 쩝쩝박사야;; 그래서 여러분, 혹시 확신의 평양냉면 맛집 있다면 댓글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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